2007년 12월 14일 밤, 서울 남산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골짜기를 타고 산을 넘던 바람은 내리는 눈을 이리저리 흔들고, 애써 대지에 내린 눈은 바람의 등살에 쌓이지 못하고 있었다. 산 아래 시가지의 휘황찬란함은 밤 같지 않은 밤으로 내리는 눈을 맞고, 도시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경쟁은 겨울 같지 않은 겨울로 내린 눈을 녹이고 있었다. 그 시간, 그저 그런 산에 남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경복궁에도 눈이 내렸다. 퇴락한 왕가의 궁궐에 몇 개 남지 않은 건물은 제 있는 힘을 다해 처마를 뻗어 보지만 결국 100분의 1도 채 받아 내지 못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눈은 궁궐의 황량한 마당에서 제멋대로 쌓이고, 제멋대로 얼고, 제 멋대로 녹다 결국 제멋대로 사라질 터였다. 명성황후는 자신을 기억하라 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