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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성적 올리는 도구 아니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20. 13:43
전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전집이 왜 생기게 되었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다른 나라에도 전집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전집문화는 유별난 것 같다. 물론 전집류가 아니면 구경조차 하기 힘들던 옛날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전집에 대한 부담이 많이 사라지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전집류를 피해간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보통 돌을 전후해서, 아이의 말과 행동이 자유로워지는 4∼5살 무렵, 학교에 들어갈 7∼8살쯤 전집의 유혹을 많이 받는다. 이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하는데 이 집 아이만 안 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엄마 취급을 하는 걸 참아내야 한다. 전집을 보지 않아서 아이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 단행본을 읽히면 아이의 한쪽 뇌만 발달하기 때문에 좌우뇌의 고른 발달을 위해선 전집을 읽어야 한다는 말, 전집을 안 보면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꿋꿋하게 이겨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그게 다 학교 공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아니 남들보다 좀더 똑똑한 아이가 되기 위해선 전집이 필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전집을 본다고 다 똑똑해지는 것도 아니고, 똑똑하다는 것도 한계가 분명한 일이건만 그래도 엄마들은 거기에 희망을 걸곤 한다. 남들보다 학교 성적이 좋아야, 좋은 학교에 가야, 높은 자리에 올라야만 행세를 할 수 있는 우리의 현실 때문일 거다. 혹시 우리의 전집 문화가 이런 우리 현실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전보다 전집 문화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어린이 책에서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고, 특히 어린아이들 책일수록 심하다는 건 그걸 반증하는 게 아닐까 싶다.

혹시라도 이런 이유 때문에 전집을 사려고 하신 분이 계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괜히 책꽂이 가득 전집을 꽂아두고 뿌듯해지는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뿐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오진원/오른발왼발( www.childweb.co.kr 운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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