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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순서 물구나무 세우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21. 13:19
인지심리학자인 피아제는 아동의 사고과정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해석함으로써 독창적 이론체계를 만들어 냈다. 특히 그가 크게 기여한 영역은 아동의 사고발달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연령에 따른 사고의 변화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아동들의 독특한 사고세계를 읽을 수 있다. 그의 연구결과를 보면, 사고발달은 일련의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낮은 단계의 사고에서 높은 단계의 사고로 발전되어 간다. 이 단계 개념을 이용하면 아동들의 인지발달 수준을 파악할 수 있고, 특정한 연령 아이들의 사고특성을 자극하는 활동을 꾸밀 수도 있다.

초등학생 수준의 사고단계는 구체적 조작기이다. 구체적 조작기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사물을 토대로 사고하는 단계이다. 이런 활동을 할 때 직접 사물을 만지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특성을 머리 속에서 정신적으로 조작하면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 추상적인 사고는 못하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것을 머리 속에서 그려가면서 사고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단계의 사고 중에서 매우 중요한 사고가 바로 가역(可逆)적 사고이다. 사고를 할 때 사고 계열의 순서를 뒤바꾸어 재배치할 수 있는 사고를 말한다. 그러니까 생각의 순서를 바꾸어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이 사고의 예는 다음과 같다. 사물의 전체와 부분과의 관계, 상위 유목과 하위 유목과의 유목 포함 관계를 이해하는 활동을 보자.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동화책과 만화책을 토대로 이들의 상위 유목에 해당하는 책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상위 유목에 속하는 책 중에서 구체적인 만화책과 동화책을 분리해낼 수도 있게 된다.

가역적 사고의 매우 친숙한 형태는 우리의 전통적인 놀이인 칠교놀이에서 찾을 수 있다. 칠교판은 정사각형을 일정한 형태를 가진 일곱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눈 놀이판의 이름이다. 칠교판은 지금까지 구성력을 길러주는 놀이감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런데, 칠교놀이를 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에 새로운 생각을 더하고 빼는 행위가 자유자재로 이루어져야 한다. 칠교놀이를 하는 형식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자유스럽게 아무 모양이든지 만들어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형태를 칠교로 재현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마음 속에 만들어진 형태 중에서 어느 것을 빼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집어 넣고 하는 활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이 곧 가역적 사고이다.

그런데, 가역적 사고의 특성을 이 단계의 모든 아이들이 다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가역적 사고를 하는 사람도 어떤 경우에는 가역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한산성에 놀러 가기로 했다고 하자. 처음에 가족회의 때는 승용차로 가기로 했는데, 나중에 회의를 하면서 버스로 가기로 했다. 그러면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들도 제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새로운 상황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미 굳어진 구체적인 생각의 상위 유목이 바뀌어도 해당 하위 유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방금 전에 내렸던 결정에 어긋나는 생각이나 말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상위 유목과 하위 유목 사이의 관계를 유연하게 넘나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자주 일어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런 일을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의 물구나무를 서게 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일 수 있다. 가역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생각의 위 아래 뿐만 아니라 생각의 좌우도 마음껏 건너뛸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의 상하 좌우 개념을 익히고 이 체계를 머리 속에 생생하게 그리면서 사고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특정한 지점에서 볼 때는 거꾸로 뒤집어져 보이거나 누워 있는 것처럼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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