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떼쓰기는 온 집안 친지들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유명하다. 하루는 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오후에 퇴근을 하고 놀이방으로 딸을 데리러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놀이터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겠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까지 있는 딸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비가 올 때는 나가서 놀 수 없다는 것도 가르쳐줘야 한다. 그렇다고 설명하고 타이른다고 고집을 꺾을 딸도 아니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나이다. 일단 한 손으로 딸을 끌어안았다. 몸부림치며 저항하던 딸을 안고 집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그대로 대문 앞에서 드러누워 울며불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찬 바닥이라 다시 안아서 거실로 옮기려는 순간, 옆에 있던 딸의 모래놀이통과 우산꽂이가 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