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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언어능력 12살이면 발달 멈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18. 12:12
인간의 뇌는 기억을 어떻게 저장할까. 또 어떻게 지식을 습득할까. 세계 1천여 뇌 연구기관과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뇌 주간](11~17일)을 맞아 속속 벗겨지고 있는 뇌의 신비와 연구 동향을 소개한다.

국내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뇌 강연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열린다.

갓 태어난 아기를 지하 밀실에 10여년 동안 혼자 가둬 키우면 말을 할 수 있을까. 답은 [못한다]다. 이 아이가 15세쯤 됐을 때 밀실에서 꺼내 여러 사람과 어울리게 해도 말을 거의 배우지 못한다.

13세기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2세가 인간이 언어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했던 실험이다. 프리드리히 2세는 영아가 독일어나 이탈리아어 등 인간의 어떤 언어도 접하지 못하면 신의 언어라고 생각한 히브리어를 말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신이 사람을 만들었으므로 히브리어 구사 능력을 가지고 태어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는 알에서 깨어날 때 가장 먼저 보는 동물을 어미로 생각한다. 사람이 그 때 두어시간만 같이 있으면 진짜 어미가 와도 모른 체하며, 그 사람을 어미로 알고 계속 쫓아다닌다.

밀실에 갇힌 영아가 말을 못하는 것은 12세쯤에 언어 관련 뇌가 굳어져 말하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오리가 사람을 어미로 아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어난 지 불과 두서너시간 만에 어미를 기억하는 뇌에 [어미=사람]으로 새겨진 채 더 이상 새롭게 바뀌지 않는다.

경험이나 실증 실험으로 알아오던 이런 뇌의 신비가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1990년대 들어 급속하게 발전한 분자생물학.자기공명영상(MRI)장치.양전자단층촬영(PET)장치 등은 뇌가 굳어지는 현상을 비롯해 어떻게 사물을 알아내는지 등 뇌의 활동을 밝히는 작업에 속도를 더하게 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은 뇌 질병에 관련된 유전자나, 치매 등에 걸린 노인의 뇌신경이 어린이 뇌처럼 되살아나게 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내고 있다. 또 MRI나 PET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 속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어 뇌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뇌 신경세포는 태어나는 순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으며, 한번 다치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또 태아부터 뇌의 기능이 쭉 늘어나다 어느 순간에 굳어지기 시작해 새로운 지식을 점점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뇌 과학자들은 뇌가 발달하는 기간을 사람은 태어난 뒤 대략 12세까지, 고양이 4~12주, 원숭이 1~2년, 오리.닭은 3~4시간 정도로 보고 있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사람의 뇌에서 언어와 관련된 부분은 12세 정도에서 성장이 멈추므로 외국어는 그 이전에 배워야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엔 눈으로 보는 영상을 처리하는 뇌(머리 뒷부분)에는 사람의 얼굴을 볼 때만 활동하는 부분, 움직이는 동작만 알아보는 부분 등 25곳이 별도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즉 사물을 따로 따로 알아본다는 것이다. 환영과 환청을 인공으로 만들 뿐 아니라 이런 현상을 경험할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발하게 활동하는지도 알아냈다.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단백질(CREB)도 올들어 밝혀졌다.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릭 캔들 박사팀은 CREB가 뇌세포에 기억이 형성되도록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그 연구 결과를 셀(Cell) 최근호에 발표했다. 기억 능력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시대가 멀지 않은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과학센터 이수영 교수는 [사람의 의식이나 행동.느낌이 어떤 경로를 통해 뇌에 전달되고 어떤 형태로 기억되는지 등을 밝히는 연구가 활발하다]며 [21세기에는 사람의 뇌를 흉내낸 인공 뇌인 {디지털 브레인}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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