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과 나’,‘ 태왕사신기’두 편의 사극에서 왕의 아역으로 출연, 주목 받고 있는 연기자 유승호. 중학교 2학년생인 그는“평소 대본을 계속 외워서 그런지 시험에서 암기과목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사극 ‘왕과 나’‘태왕사신기’… 성종·광개토대왕의 아역… 드라마 인기 견인 영화 ‘집으로’ 통해 스타덤 키 커지면서 연기력도 쑥쑥 인터넷 인기 검색어 1위도 “장래희망이요? 배우예요”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사이로 잠시 햇살이 쏟아진 순간, 탁자 위로 날아든 잠자리가 그 자리에 앉았다. 소년은 다가가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날개를 감쌌지만, 포르르 날아가는 잠자리,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는 소년.
SBS ‘왕과 나’, MBC ‘태왕사신기’ 2편의 대형 사극에서 각각 성종과 광개토대왕의 아역으로 출연해 스타덤에 오른 유승호(14)다.
피아(彼我) 구분이 어려운 ‘정글’ 같은 궁에서 위엄과 강단으로 신하들을 압도하는 소년 성종의 카리스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당한 브라운관 속 ‘풍채’와 비교해 현격히 왜소해 보이는 체구. 사춘기 중학생은 쑥스러운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드라마 덕분에 역사 공부 많이 했어요. 광개토대왕과 관련된 내용은 최근 학교에서 치렀던 시험 범위에 포함돼 큰 도움이 됐죠.”
유승호는 “성종은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인물”이라고 했다. “자신이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싸늘하고 냉정한 모습을 그리는 데 집중했죠.” 반면 담덕(광개토대왕)을 연기하면서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조금은 유약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앞세웠다”고 한다. 동시에 방영되는 사극에 출연하게 된 것은 우연의 결과. 사전제작 분량이 많았던 ‘태왕사신기’는 작년 5월부터 촬영이 시작됐고, 방송 일정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왕과 나’의 편성과 겹치게 됐다.
최근 유승호는 ‘월드스타’ 장동건, 비 못지않게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요 며칠간 그의 이름은 수시로 각종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를 점령했다. 그는 “제가 스타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저 고생해서 찍은 장면들을 보고 주위 어른들이 ‘잘 나왔다’고 칭찬해주실 때 가슴이 꽉 찬 느낌이 들 뿐”이라고 했다.
“눈매가 소지섭”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하자,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런 얘기는 그만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소문을 퍼뜨린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168㎝ 키에 45㎏ 몸무게. “몸 좀 불려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자, “형(매니저)이 그러는데, 지금부터 운동해서 근육 키우면 키가 안 큰다”며 “고1 이 되면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유승호는 10살 되던 해, 영화 ‘집으로’를 통해 ‘스타’가 됐다. “시골에 내려가서 형들과 노는 게 마냥 좋았다”는 그는 “학교에 안 가도 돼서 하루하루가 신이 났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죠. 그때 제가 ‘연기 좀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영화가 나오지 못했을 걸요.” 함께 출연한 김을분 할머니에 대한 추억도 애틋했다. “따로 숙소도 있었지만 거의 할머니 집에서 함께 살았어요. 옥수수, 감자, 고구마를 쌓아 놓고 먹으면서 할머니가 잡아 주신 희한한 곤충들과 놀았죠.”
강아지와 함께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마음이’(2006년)는 그가 꼽는 대표작이다. “워낙 강아지를 좋아해요. 집에서도 제가 직접 똥, 오줌 치우고 훈련도 시킨다는 조건으로 두 마리 키웠죠. 요즘도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다니면서 촬영하고 싶은데, 형이 ‘너 하나만으로도 벅차다’고 하셔서…, 헤~.” ‘마음이’에서 여전히 앳된 어린이였던 유승호는 1년여 만에 키가 7㎝나 성장하면서 ‘왕과 나’의 당찬 성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시험만큼은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본다”는 그의 성적은? “나쁘지 않아요. 제일 잘한 건, 음 반에서 14등이요. 반 친구들도 제 형편을 알고 많이 도와줘요.”
하지만 그의 위치를 시샘하는 ‘사특한 무리’도 적지 않은 듯. “솔직히, 학교 다니다 보면 괜히 저한테 해코지하는 애들도 있어요. ‘네까짓 게 뭔데 TV에 나오냐?’는 보통이고 더 심한 욕도 하죠.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말할 수 없는 가슴의 상처가 돼요. 원래 3학년 형들이 그랬는데, 요즘은 1학년들까지 그러니….”
장래 희망을 묻자, 잠시 어두운 낯빛이던 그가 이내 화색을 되찾는다.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지금 이 시기에 다양한 역할을 해봐야 성인이 돼서도 아역 출신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며 입을 앙다문다.
드라마 '왕과나'와 '태왕사신기'에서 열연 중인 유승호군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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