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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같은 시즌제 드라마 MBC ‘옥션하우스’ 첫 출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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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프리즌 브레이크’, ‘24’...매주 한 회씩 방송되며 높은 퀄리티와 강한 흡입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미드’같은 시즌제 드라마가 국내에도 정착할 전망이다.

실험성 강한 대본과 수려한 영상으로 마니아 팬들을 형성했던 MBC ‘베스트극장’의 뒤를 이어 오는 9월 30일 방송되는 주간 시즌 드라마 ‘옥션하우스’(극본 김남경 외/ 연출 손형석 외)가 바로 그것. 18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모던 컬처 센터 내 MBC 드라마 세트장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 현장 공개 겸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박성수 책임 프로듀서(이하 CP)는 “미드나 일드처럼 해외 인기드라마를 보면 주 1회 방송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한국 드라마가 매 70분 방송되며 짜임새 있는 기승전결의 구도가 어긋나고 있는데 이러한 병폐를 위해서라도 향후 주 1회 드라마가 미래 한국 드라마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어 박성수 CP는 “우리나라의 경우 시청률과 광고에 연연한 나머지 미래를 못내다보는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장에서는 주 1회 드라마가 강력하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주간 시즌제 드라마가 ‘시행착오’가 아닌 ‘시행승부’를 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미술 경매에 뛰어든 새내기 경매사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옥션 하우스’ 시즌 1은 총 12부작으로 이뤄지며 네 명의 PD와 네 명의 작가진이 각 3부작 씩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연출자의 성격에 따라 스릴러, 휴먼드라마, 추리물 등 다양한 성격의 색깔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주말을 마감하는 일요일 오후 11시 50분에 방송하는 만큼 대국민적인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제작진은 30대 ‘나이트족’을 겨냥, 치정, 미술관 로맨스, 돈, 권력, 예술 등등 우리 사회의 ‘뒷담화’에 대한 젊은 PD들의 과감한 시선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윤소이가 미술관 경매사를 꿈꾸는 푸릇푸릇한 새내기 사원 차연수 역을 맡아 ‘윌옥션’의 대표 경매사 민서린(김혜리 분)과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과 앤 헤서웨이같은 신경전을 벌인다. 정찬은 국내 최고의 경매사지만 위작을 판매했다는 모멸감에 5년동안 잠적했다 돌아온 연수의 직속상사 오윤재로 분한다. 이 외에도 신예 정성운이 고미술과 와인 스페셜리스트 나도영 역으로, 이유정은 보석과 엔티크 스페셜리스트로 출연한다.

박성수 CP는 “밝힐 수는 없지만 목표한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4명의 피디가 모두 함께 한강으로 내려가거나 옥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농담으로 ‘옥션하우스’ 제작을 향한 기대와 각오를 밝혔다.

'옥션하우스', 드라마 상투성 깰까?

드라마 첫 회,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난다. 티격태격… 이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 이후는?

시청자들은 이들 남녀 주인공의 싸움에서 머지않은 시기에 형성될 러브라인을 본다.

누가 시청자들에게 이러한 예지력(?)을 갖게 했을까?

삼순이일까? 봉달희일까? 아니면 '풀하우스'의 연인들 때문일까? 발리에서 생긴 첫사랑 때문일까?

우리가 집에서 보는 TV드라마는 극장 영화와는 달리 불을 끄고 의자에 앉거나 침묵하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TV드라마속 주인공의 표정 하나, 말 한 마디에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TV드라마는 집중하지 않아도 몇 장면, 몇 가지 대사만으로도 시청자를 이해시켜야하는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TV드라마는 대중과 일종의 약속을 한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도 밝은 성격을 가진 여주인공이 제멋대로인 재벌2세 남성을 만나 펼치는 로맨스라든가, 그들의 로맨스를 질투하는 악녀의 등장, 어렵게 이룬 사랑 끝에 찾아오는 불치병… 등이 드라마와 대중 사이에 이뤄지는 약속의 대표적인 예다.

반복되는 약속은 곧 암묵적 동의로 이어진다. 그러한 공식을 우리는 '클리셰'(원래는 인쇄판이라는 프랑스어이며, 현재는 '매우 진부한 표현'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라고 부른다.

클리셰에 의해 약속된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에 대한 몰입을 수월하게 하지만 그것이 과도하게 반복될 때는 이내 식상해지고 만다.

그러나 그러한 식상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만드는 이는 TV드라마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클리셰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작자의 고민이야 어찌됐든 우리는 안방에서 비슷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비슷한 장면들을 수 없이 마주치며 비슷한 웃음과 눈물을 짓고 있다.

이 끝없이 돌고 도는 웃음과 눈물의 재고가 언제쯤이면 바닥날까?

30일 첫 방송이 예정된 한 드라마가 이러한 상투성의 유통기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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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하우스, '상투성 깨고 시즌제 드라마의 표준 되겠다'


1년 동안의 휴식기를 가진 배우 윤소이가 30일 오후 MBC 드라마 '옥션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이번 미니시리즈 출연은 지난 해 4월 KBS 미니시리즈 '굿바이 솔로' 이후 1년 반 만이다.

짧지 않은 휴식기를 가진 윤소이가 미니시리즈 복귀작으로 '옥션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뻔하지 않다는 것'.

그는 최근 조이뉴스24와 가진 인터뷰 중 드라마 '옥션하우스' 출연 계기를 묻는 질문에 "뻔하지 않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윤소이는 "드라마 '옥션하우스'에서 상대배우 정찬과 매일 같이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지만 러브라인은 형성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드라마가 남녀 주인공이 싸우는 설정으로 시작한다'고 하면 일단 그들 사이에 로맨스가 펼쳐질 것으로 상상하나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공식을 깰 것이다. 무척 신선하지만 낯설지는 않은 새로운 드라마가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옥션하우스'는 그 형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한국 TV드라마가 갖는 정형을 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박성수 감독은 이번 드라마의 기획을 맡으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에서는 시즌제로 드라마가 진행되는데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아직 시청률과 광고에 연연한 나머지 제대로 된 시즌제 드라마가 나오지 못 하고 있다"며 "이번에 제작하는 '옥션하우스'를 한국 시즌제 드라마의 표준이 될 만한 드라마로 만들어 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렇듯 새로움을 시도하는 '옥션하우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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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하우스의 과제


미국이나 일본에서 제작되는 시즌제 드라마는 사전제작된 후 방송되는데 반해 '옥션하우스'는 그러한 제작환경을 갖지 못 하고 있다. 이는 당초 드라마가 기획했던 이야기가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입김에 흔들릴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의 부재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저해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 형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던 시청자들에게 '옥션하우스의 뻔하지 않은 신선함이 낯설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하는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러한 우려 때문일까? '옥션하우스'의 방송사인 MBC는 이 드라마를 일요일 밤 11시 40분에 편성 배치했다. 이는 방송사가 이 드라마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드라마의 성패는 방송사의 기대로 갈리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는 만들거나 파는 사람의 것이 아닌 보는 사람의 것, 즉 시청자들의 것이다. 또한 시청률이 드라마의 성공척도로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시청을 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드라마에 열광하고 공감하는지'가 드라마의 위상을 말해주기도 한다.

비인기 시간대에 편성된 '옥션하우스'가 크게 선전한다면 이는 향후 국내 드라마의 제작환경과 획일화된 이야기 구조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옥션하우스' 제작진은 사전제작으로 진행되지 않는 시즌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낯설지 않으면서도 상투성을 깨는 내러티브를 어떻게 유지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소이의 말처럼 '뻔하지 않은 드라마'가 박성수 감독의 말처럼 '대한민국 시즌제 드라마의 표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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