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기 질환의 대표선수, 감기 >
호흡기 질환의 대표격인 감기는 비인두염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바이러스 때문에
코와 인두(목구멍 근처)에 염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감기는 우리와 아주 가까운 병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감기의 치료와 예방에 대해 한마디씩 합니다.
그러나 감기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잘못 알고 있는 면도 많은 병입니다.
따라서, 감기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환절기를 맞이하기보다는 미리미리 감기에 대한 지식을 알아두고
대비하는 것이 소중한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신체적으로 미숙하고 면역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감기에 더 잘 걸리고
합병증도 생기기 쉬우므로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 감기는 왜 환절기에 더 잘 걸리는 걸까요? : 감기는 추운 겨울보다 봄과 가을에 많이 발생합니다.
환절기에는 바이러스들이 자라기 쉬운 데다가 아이들의 몸이 환절기의 기후와 심한 일교차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이 왕성해져서
4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가일 년 중 감기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때입니다.
소아과 환자의 수도 1~2월에 비해 두세 배 정도 늘어납니다.
- 황사와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에는 특히 더 조심해야:
봄철에 황사와 꽃가루가 날리면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이미 감기에 걸린
상태라면 합병증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황사가 날리면 한동안 우리 주위에 남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은
방을 열심히 닦아야합니다. 특히 중국의 공업화로 인하여 요즘 황사에는 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대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몸에 무척 해롭습니다.
황사가 날리는 날은 가능하면 외출을 삼가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출했을 때는 집에 돌아와서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공기 오염이 심해서 감기에 더 잘 걸리고 증세가 심할 뿐만
아니라 합병증도 많이 생깁니다.
▶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아기가 감기에 잘 걸립니다
- 아기들은 보통 생후 6개월까지는 감기에 잘 안 걸립니다:
감기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훨씬 잘 걸리는 병이고, 소아의 다른 모든 질병을 합한 것보다 발병률이 훨씬
높습니다. 아기들은 보통 모체로부터 면역성을 받아가지고 나오기 때문에 생후 6개월까지는 감기에 잘
안 걸리다가, 면역성이 떨어지는 6개월째부터는 감기에 잘 걸리기 시작합니다.
생후 6개월부터 한 살 반이나 두 살까지가 가장 감기에 잘 걸리는 시기여서 일년에 5~8번 정도 감기에
걸려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는 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기도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감기에 덜 걸리기 시작합니다.
- 어린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온몸의 컨디션이 나빠집니다: 아기는 호흡기뿐만 아니라 소화기에도 감기가
걸리기 때문에,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온몸의 컨디션이 다 나빠집니다. 녹변과 묽은 똥은 아기의 감기에
흔히 동반되는 증상이어서 감기에 걸린 아기는 똥을 질퍽하게 자주 누기도 하고, 소화가 안돼 잘 안 먹고
토하기도 합니다.
또한, 땀 조절이 잘 안돼 평소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기도 합니다. 감기의 호흡기 증상으로는 재채기, 기침,
콧물, 가래 등이 있으며, 전신 증상에는 열나고, 보채고, 처지고, 입맛이 떨어지기는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이때 열은 약을 먹어도 보통 2~3일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소화기관인
장에도 영향을 주어 설사를 하기도 합니다.
- 6개월이 안된 아기는 증세가 아무리 약하더라도 진찰을 받아야: 애석하게도 아기의 감기는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대수롭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가래가 조금 끓고 그르릉거리는 정도인데도
진찰해 보면 기관지염인 경우가 있습니다. 어린 아기의 감기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사의 진찰을 꼭 받아봐야 합니다.
- 감기는 꾸준히 치료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대부분 전신 증상과 소화기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물론 아이마다 특성이 있어서 어떤 아이는 콧물 나는 감기에 잘 걸리고,
또 어떤 아이는 열이 나는 감기에 잘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아이는 두통과 근육통이
동반되기도 하고 목이 아픈 아이도 많지요. 그러나 어떤 증상을 보이든 감기는 관심을 갖고 꾸준히
치료해야 합니다.
감기는 치료받는 동안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미열이나 재채기만 약간 하던
아이도 치료받는 동안 목이 아프기도 하고 가래와 기침이 심해지기도 해서 힘들어 할 수 있습니다.
치료를 한다고 감기 증상이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 생후 6개월 이전의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생후 6개월이 안된 아기는 원래 잘 아프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월령의 아기가 감기에 걸렸다면
태어날 때 면역성을 조금 적게 가지고 나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원래 어린 아기는 면역성을 잘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면역성을 적게 가지고 태어난 아기는 감기가 잘 낫지 않고 나았다가는 또 걸리며 치료
도중에 합병증도 쉽게 생깁니다.
아기에게는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므로 제대로 치료해야 하며, 어릴수록 반드시 소아과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특히, 생후 6개월 이전의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 아이들의 감기는 오래 갑니다
- 우리나라는 공기 오염이 심해서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가 많아: 물고기는 물에서 삽니다.
만약 물고기가 썩은 물에 살게 된다면 제대로 못 살 게 뻔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공기를 마시며 삽니다.
그런데 그 공기가 오염되면 당연히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리게 되고, 일단 걸리면 잘 낫지도 않게 됩니다.
공기 좋은 나라에서 살다온 엄마들은 아이가 외국에 있을 때는 병원에 거의 갈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는
데 한국에 오고 나서부터는 감기를 달고 산다고 불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기 오염이 심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감기 환자가 엄청나게 많고 감기 증세도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 아이들 감기는 어른들 감기와 다릅니다: 어른들은 감기에 걸려도 저항력이 있기 때문에 2~3일 정도
치료하면 대개 좋아집니다. 그리고 한 번 걸리면 스스로 면역성을 만들어 2~3주 동안은 감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처럼 감기가 2~3일 만에 좋아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보통 10일 이상 가며, 심할 때는 두세 달씩 가기도 합니다. 아이의 감기가 오래갑니다. 어떻게 할까요?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이렇다 할 특효약이 없습니다. 꾸준히 치료하는 것밖에는요.
※ 주의! 또 주의!!
의사들이 말하는 감기와 엄마들이 말하는 감기는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인후염, 비염, 모세기관지염, 천식, 폐렴 등에 걸려도 그냥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 각각의 질환들은 그 치료 방법이 서로 다르고 특히 모세기관지염
이나 천식, 폐렴 등은 의사의 진단없이 그냥 감기약을 먹이면 증상이 완화되어 병이 심해져도 모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감기 증상이 있다고 해서 아이가 꼭 감기에 걸린 것은 아닙니다.
감기쯤이야 하고 가볍게 여기면서 종합 감기약을 먹이다가 병이 나빠진 후에야 소아과 의사에게 오는 경우
가 흔합니다. 어린 아기들의 감기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 감기를 예방하는 방법들 >
▶ 감기를 확실히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감기를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지키면 감기를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 가급적 외출을 삼가야:
감기가 유행할 때는 가능하면 사람이 많은 곳에는 외출하지 마세요. 외출을 하더라도 옷을 잘 챙겨 입혀
춥지 않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덥게 입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외출하고 돌아온 후에는 손발을 잘 씻기고 양치질을 시킵니다. 아이의 손을 통해 감염되는 감기 바이
러스의 정도가 일반적인 예상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아이의 손발을 자주 씻겨주면 감기에 덜 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곤하지 않도록 충분히 쉬게 하고, 영양도 충분히 보충해 주세요.
-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집 안의 곰팡이를 없애고, 구석구석 먼지를 잘 닦아야 합니다. 거실은 물론 아이가 없는 다른 방이나
화장실에서도 담배를 피우면 안됩니다. 난방 기구도 연소 가스가 실외로 배출되는 것을 사용하고, 가스
레인지를 켤 때는 반드시 환풍기를 틀어서 연소 가스를 실외로 배출시켜야 합니다.
- 온도와 습도를 알맞게 유지해야: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심하므로 아이들이 적응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새벽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지므로
이불을 잘 덮어주고 난방도 신경써야 합니다. 특히 아파트는 가을에 추워도 난방이 되지 않는 곳이
있으므로 아이가 추워하면 새벽에 전기 스토브라도 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적당한 실내 온도는 20도
전후입니다. 또 건조한 계절에는 실내 습도를 적당히 유지시켜 호흡기 점막의 자극을 줄여야 합니다.
적당한 실내 습도는 40~60%인데,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습도를 더 높여야 합니다. 특히 아이가 여름
감기에 걸렸을 때는 에어컨이 습기를 없애 실내가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가습기를 같이 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을 때 조심해야 할 것들: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을 때는 집에 애완동물은 물론 꽃도 키우면 곤란합니다. 집 안을 청소할 때는
쓸거나 털지 말고 먼지가 나지 않게 걸레질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진공 청소기도 이왕이면 좋은 제품을
사용해서 먼지를 말끔히 없애야 하고, 바퀴벌레 같은 벌레도 없어야 합니다. 카페트나 먼지 날리는 소파도
치우고, 메밀 베개나 곰 인형 같은 것도 치우십시오. 이런 곳에는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집먼지 진드기가
잘 자랍니다. 꽃을 말리는 것도 삼가고, 향수도 되도록이면 뿌리지 마세요. 물론 이런 주의사항을 잘
지킨다고 감기가 눈에 띄게 덜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주의사항을 안 지키면 감기에 더 잘
걸리게 마련입니다.
※ 감기를 예방하는 비법은 없습니다!!
숱한 감기 예방 비법들이 있지만 사실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비타민 C나 체질 개선제 등도
감기 예방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스크를 사용하면 감기를 퍼트리는 것은 조금 막아
주어도 걸리는 것을 줄이지는 못합니다. 또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고 감기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독감 예방접종은 감기와는 다른 질병인 독감만 예방하는 주사이니까요.결론적으로, 아이의 몸을 청결히
하고 공기를 맑게 하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을 줄이면 감기 등의 환절기 호흡기 질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감기에 덜 걸리게 하는 특수한 비법은 없습니다. 감기에 덜 걸리게 하는 약 또한 아직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 감기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
아이의 손발을 자주 씻기고 , 세수를 자주 시켜주는 것입니다.
< 감기증상에 따른 치료방법들 >
▶ 감기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감기에 특효약은 없지만 그래도 소아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기간을 줄이기는 힘
들어도 100 정도로 심하게 앓을 것을 20 정도로 가볍게 앓게 해주고, 합병증이 100 정도 생길 것을 20
정도만 생기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감기라고 생각했던 병이 감기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천식이나 모세기관지염, 폐렴, 축농증에 걸린 아이도 겉으로 보기에는 감기같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병은 집에서 엄마가 눈으로 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감기에 걸린 것 같으면 소아과
의사의 진찰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감기 치료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우선 푹 쉬어 안정을 취하게 합니다. 그리고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게 하고
주위를 쾌적하게 만들어줍니다. 방 안이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여 주는 것도 좋습니다.
감기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으로 치료합니다.
- 감기의 첫번째 치료는 휴식:
감기는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으므로 아픈 아이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유치원
과 학교를 쉬는 것이 좋습니다. 아플 때 쉬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안 지켜지는 원칙입니다. 모든 병의 첫번째 치료는 휴식입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쉬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병원에서 약으로 치료하는 것에만 너무 의존해서 아이를 쉬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 감기를 더 잘 치료하는 명의는 없습니다:
주위에서 수없이 권유되는 민간의 감기 치료의 비법들 가운데 제 아이에게 사용하고 싶은 방법은 한
가지도 없습니다. 감기 치료를 잘하는 명의는 더더욱 없습니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감기를 잘 치료한
다는 소아과 명의에 대한 소문이 많이 돌아 아이의 감기가 오래 가고 잘 낫지 않으면 혹시나 해서 아픈
아이를 들쳐업고 불원천리 달려가는 분들도 많은데, 별로 권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어느 소아과 의사가
치료하든 감기 치료는 다 똑같습니다. 가까운 동네 소아과에 단골을 정해 진료받는 것이 여러모로 아이
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잠깐 의학 상식!!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감기쯤이야 하며 약국에서 항생제를 사먹이는 것으로 치료를 끝냅니다. 하지만
감기라 믿었던 아이의 병이 단순한 감기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아이가 걸린 병이
감기인지 아닌지는 진찰에 의해서만 구분할 수 있으며, 감기가 아닌 다른 병일 경우 그에 따라 치료가 달라
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감기에 다른 병이 겹친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치료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아이의
증상이 감기 걸렸을 때와 전혀 다를 바 없는데도 진찰해 보면 천식이 동반된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감기
에 걸렸을 때는 반드시 이런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이 아이가 진짜로 감기에 걸린 게 맞나? 소아과 의사인
저도 제 아이가 감기에 걸린 것 같을 때 증상만 보고 진단을 붙이지 않습니다. 반드시 청진을 하고 목을
보는 등 진찰을 하고 난 후에야 감기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때는 이렇게
- 열이 날 때는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어야:
열이 나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열이 많이 난다고 해서 머리가 나빠지거나 뇌에
손상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그러나 열이 많이 나면 아이가 힘들어 하고 열성경기를 할 수도
있으므로 우선 열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아이가 열이 많이 날 때는 우선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같은 해열
제를 먹여 열을 떨어뜨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물로 닦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로 닦아줄 때는 옷을 전부 다 벗기고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수건에 적셔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살짝 짠 다음 구석구석 온몸을 가볍게 문질러가며 닦아줍니다. 열이 많이 나면 대개 말초혈관이 수축되어
손발이 차가워지는데, 이럴 때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문질러가며 닦아주면 혈액 순환과 열을 발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아이가 열이 많이 날 때는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열이 나는 아기가 열이 39도가 넘을 때, 경련을 할 때, 생후 6개월 미만일 때, 전에 경련을 일으킨 적이
있을때는 함부로 해열제만 쓰고 있지 말고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아 열이 왜 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그러나 갑자기 열이 펄펄 나고 소아과에 갈 형편이 안될 때는 해열제를 쓰기도 하는데, 보통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시럽, 써스펜 좌약 등을 많이 사용합니다.
- 아이가 열이 날 때 싸두지 마세요:
옛날에는 열이 날 때 이열치열이라 하여 이불을 덮어씌우고 땀을 내게 했는데,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불을 씌워두면 열이 더 올라가 열성 경련을 일으키기 쉽고, 땀으로 인해 수분이 손실되어
탈진이 되기 쉽습니다. 예전에는 열이 나는 병 가운데 전염성 질환이 많았기 때문에 전염을 막기 위해서
이불을 씌웠두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때는 다른 아이들이라도 살리기 위한 지혜였겠지만, 의술이
발달한 지금은 굳이 아이를 고생시키며 그런 방법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홍역에 걸려도
해열제를 사용하고 열이 심하면 미지근한 물로 닦아줍니다. 물론 할머니들께서 들으면 까무라치실 이야깁
니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아이가 열이 나면 집에서 열을 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혹 소아과에서 열을
재야만 한다고 믿는 엄마들도 있는데, 그런 엄마들 가운데는 아이가 집에서는 열이 심했는데 소아과에서
재보니 열이 없다고 잘못잰 것이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할 것 하나 없습니다.
열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법이고 소아과에 오기 위해 밖에 나와 바람을 쐬면 열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
다. 열은 집에서 심할 때 바로 재야 합니다.
※ 열날 때 찬물은 NO!!
열이 많이 난다고 아이를 찬물로 닦아주는 분도 있는데, 찬물로 닦으면 아이가 추워서 떠느라 근육에서
열이 더 발생합니다. 아이의 몸에 물수건을 덮어두거나 꼭 짜서 닦는 것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열을 빨리
발산시키려고 물에 알코올을 섞는 것도 곤란합니다. 아이는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알코올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열이 많이 날 때는 옷을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을, 물이 뚝뚝 떨
어질 정도로 수건에 적셔서 온몸을 가볍게 문질러가며 닦아주면 됩니다.
▶ 감기에 걸려 콧물이 나거나 코가 막혔을 때는
- 코를 풀 땐 한쪽 코씩 번갈아가며:
콧물이 많이 나오거나 코가 막혔을 때는 코를 풀어줍니다. 아이가 협조할 수 있다면 한쪽 코씩 막고 양쪽
을 번갈아 가며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양쪽 코를 다 막고 코를 풀면 코 안의 압력이 높아져서 중이와
코 안의 압력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러면 이관을 통해 코 안의 나쁜 균들이 중이로 쉽게 들어가 중이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코를 풀 때는 한쪽 코만 막고 풀어서 귀로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콧물이 너무 많이 나오면 필요에 따라 소아과 의사가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 아이의 코가 막혔다고 면봉으로 후비지 마세요:
아이의 코가 막혔을 때는 수분을 더 많이 섭취하게 하고 가습기를 틀어 공기의 습도를 높여주는 것이 코를
묽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코가 너무 막혀 있으면 코에 점비약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서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면봉으로 아이의 막힌 코를 후비지 마세요. 콧구멍 근처의 딱지를 떼는 정도는 괜찮지만 막힌
코를 뚫겠다고 콧구멍 속으로 면봉을 집어넣었다가는 자칫 코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면봉을
사용하기보다는 콧구멍에 식염수를 한두 방울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콧물을 뽑아달라구요?:
간혹 코가 나온다고 코를 뽑아달라고 하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아기가 피노키오도 아니고
거짓말쟁이도 아닌데 코가 어떻게 나오냐고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웃을 일이 아닙니다. 많은 엄마들의
생각과는 달리 감기라는 병은 콧물을 뽑고 코 안을 청소해야 하는 병이 아닙니다. 콧물이 많이 나오고
코가 막힌다고 콧물을 뽑아주고 점막을 수축하는 약을 함부로 뿌려주는 것은 저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콧물을 자꾸 제거하다 보면 점막이 메마르거나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콧물 속에 들어 있는 병균을 막아
주는 좋은 성분이 함께 제거되어 병이 더 심해질 위험도 있습니다. 저는 감기에 걸렸을 때 콧물을 뽑아주지
않습니다. 또 주위에서 보면 콧물이 나는 감기는 이비인후과 의사가 소아과 의사보다 더 전문적으로 치료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엄마도 있는데, 아이들의 감기, 비염, 수술이 필요없는 축농증은 소아과 의사가
전문입니다.
※ 잠깐 의학 상식!!
감기에 걸린 아이들은 당연히 식욕이 떨어집니다. 열이 나는 감기에 걸리면 더욱 식욕이 떨어지는데,
열이 가라앉은 후에도 한동안은 잘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는 굳이 이것저것 잘 먹이려고
하지 마세요. 수분만 충분히 섭취하면 별 문제 없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잘 먹지 않으면 옛날 사람들은
‘체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체기’는 너무나 다양한 병의 일면만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열나고, 손발 차고,
하품하고, 안 먹고, 토하는 증상을 가진 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일단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병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를 해야 합니다.
▶ 감기에 걸려 기침을 많이 할 때는
- 기침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억제시킵니다:
기침은 우리 몸에 좋은 것입니다. 기침은 나쁜 것을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기침을 줄이는 치료를
하면 감기 증상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기 치료에는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침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억제시키고, 감기가 치료되면서 기침도 치료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감
기를 치료할 때는 기침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가래를 묽게 하고 기관지를 확장시키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기침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 기침을 하면 물을 많이 먹이세요:
건조한 공기는 호흡기 점막에 자극을 줍니다. 따라서 기침을 많이 할 때는 우선 호흡기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여야 하므로 가습기를 틀어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호흡기 점막에
가래가 달라붙으면 기침을 하기가 힘들어지므로 수분을 많이 섭취해 가래를 묽게 해줘야 합니다. 급격한
온도차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먼지가 없도록 집 안을 깨끗이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쉽게 기침을 할
수 있도록 기관지 확장제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기침은 호흡기에 나쁜 것이 있을 때 그것을 내보내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함부로 없애면 나쁜 것을 내보내지 못해 감기가 심해지거나 증상이 악화되어 합병
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기침의 좀더 상세한 내용은 이 책의 ‘기침’ 편을 참고하세요.
※ 감기 치료 후에 아이가 늘어지면!!
감기 치료 후에 아이가 기운없어 하고 축 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아픈 동안 잘 못 먹어서 그런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차차 좋아집니다. 하지만 다른 병이 생기거나 합병증이 생겨서 처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무작정 집에서 기다리면 병만 키울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능성이 적은 것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데, 병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확인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병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 감기에 걸리면 합병증이 잘 생겨
- 감기에 걸리면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써야:
감기에 걸리면 감기 치료도 중요하지만 중이염, 기관지염, 폐렴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고,
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중이염이 잘 생기므로 감기 치료중에
갑자기 많이 보채거나 귀를 자꾸 만지면서 아프다고 하면 소아과 의사에게 귀를 봐 달라고 하세요.
- 감기를 제대로 치료하면 합병증 발병률이 훨씬 낮아집니다:
물론 감기를 치료한다고 합병증이 다 예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합병증은 한마디로 의사가 환자를 열심히
치료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병입니다. 합병증은 나중에 발견되기도 하고 치료하는 중간에 생기기도
하는데, 의사가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막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뭐하러 치료하냐고요? 그래도
치료는 해야 합니다. 감기를 치료하지 않을 때의 합병증 발병률이 100이라면, 감기를 제대로 치료할 때의
합병증 발병률은 20 정도로 줄어듭니다. 감기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중이염, 축농증, 후두염, 임파선염,
기관지염, 폐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소아과에서 감기를 치료하신다면 이런 합병증은 일찍 발견할 수
있고 쉽게 치료할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감기를 치료하다 목이 쉬었는데
- 감기를 잘못 치료해서 목이 쉬는 경우는 없습니다:
감기 때문에 목이 쉬는 경우는 흔한 일입니다. 감기나 후두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려도 목이 쉴 수 있고,
아이가 보채느라 열심히 운다든지 소리를 지르거나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해 성대가 혹사된 경우에도 목이
쉴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감기에 걸리면 목이 약해지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는 잘 달래고 충분히 쉬게
하면서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큰 아이라면 박하사탕 같은 것을 한두 개 먹이는
것도 좋습니다.
- 감기나 후두염 때문에 목이 쉰 경우:
감기나 후두염으로 목이 쉰 경우 보통 2주 정도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별 다른 문제가 없다면 집에서
아이를 쉬게 하고, 되도록이면 말수를 줄여 조용조용 말하게 합니다. 입안이 건조하지 않도록 따뜻한
물이나 주스를 자주 먹이는 것도 좋고, 침을 자주 삼키게 하거나 껌을 씹게 하거나 사탕을 빨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식염수로 입안을 자주 헹구는 것도 좋고, 가습기를 틀어 공기가 건조하지
않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 입니다. 아이들은 목이 쉬어도 할 말은 다 하려 하기 때문에 엄마가 좀더 신경
써서 챙겨야 합니다. 아이에게 호루라기를 주어서 엄마를 부를 때 사용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목소리가 많이 쉬고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일단 의사의 진료를 받아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 감기와 다른 병이 겹쳤을 때 >
▶ 감기 걸린 아이의 눈에 눈곱이 끼면
- 감기에 걸리면 여러 가지 이유로 눈곱이 낄 수 있습니다:
눈물은 원래 눈물샘에서 나와 눈을 적시고 눈물길이라고 하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코로 빠져나가는데,
아이들은 이 눈물길이 덜 발달되어 가늘 뿐만 아니라 기능도 어른만큼 좋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결막이 자극을 받아 눈물 생산량이 늘어납니다. 이때 눈물의 양이 눈물을 운반해 주는 파이프 라인의
능력을 초과하면 눈에 눈물이 고여서 눈곱이 되기도 합니다. 그밖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감기에 걸
리면 결막에도 염증이 생겨 눈곱이 생길 수 있으며, 특히 열나는 감기에 걸리면 결막염이 잘 생겨 눈곱이
잘 낍니다. 물론 감기와는 상관없이 결막에 염증이 생겨 눈곱이 낄 수도 있습니다. 아이 눈에 눈곱이 끼었
을 때 그것이 감기로 인한 것이면 소아과 의사가 안약을 같이 처방해 주고 혹시 다른 병이 의심되면 안과
로 보내줍니다.
- 눈곱이 끼었다고 함부로 안약을 넣지 마십시오:
주의할 것은 지난번에 감기에 걸려서 눈곱이 끼었을 때 소아과에서 준 안약을 이번에도 똑같은 증상이라
고 아이의 눈에 함부로 넣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눈은 민감합니다. 그리고 결막염의 종류에
따라서 치료법과 주의사항이 다 다르므로 집에서 임의로 안약을 넣는 일은 위험합니다. 자칫 상태를 악화
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 눈곱을 뗄 때는 거즈에 식염수를 묻혀 녹여서 뗍니다:
눈곱이 심하게 생겨 눈에 달라붙을 정도가 되었다면 눈곱을 그냥 떼지 마십시오. 그냥 떼면 아이가 아파
할 수 있으며 눈썹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깨끗한 거즈에 식염수를 묻힌 다음 조금씩 녹여서 떼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큰 아이는 수건에 따뜻한 물을 묻혀서 눈곱을 떼도 됩니다.
※ 감기에 장염이 겹치면!!
감기에 장염이 겹치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장염을 같이
일으키기도 합니다. 감기를 치료하는 도중이라도 아이가 토하거나 설사를 하면 다시 소아과 의사의 진료
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감기에 설사가 겹치면
- 감기에 걸린 아이는 장이 나빠지기 쉽습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감기 자체로 인해 설사를 하기도 하고, 감기에 장염이 겹쳐서 설사를 하기도 합
니다. 감기에 걸린 아이는 장이 나빠지기 쉬운데다 전반적으로 몸이 약해져 다른 병이 쉽게 겹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혹 있는 일이지만, 감기 치료에 사용한 일부 약 때문에 아이가 설사를 할 수
도 있습니다. 특히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항생제 때문에 장내 세균에 이상이 생겨 설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열이 나는 감기를 치료하는 중에 열이 떨어지면서 변을 묽게 보는경우는 비교적 흔합니다.
예전에 할머니들께서는 ‘열 떨어지면 똥질한다’는 얘기를 곧잘 하셨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소아과 의사의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기름기가 많거나 너무 찬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아이가 설사를 한다고 장약을 함부로 먹이면 안됩니다:
가끔 동네 소아과에서 치료를 받다가 아이의 장이 더 나빠졌다고 얘기하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1차 의료기관에서 감기나 장염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 때문에 아이의 장이 나빠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
다. 소아과 의사를 신뢰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이가 심한 설사를 계속 하는
데도 백초, 포룡액, 후라베린 큐, 로페린 시럽 같은 장약을 먹이면서 병원에 안 가고 마냥 버티면 정말
곤란합니다. 아이만 고생합니다.
※ 감기 치료중에 아이가 설사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감기 치료중에 설사를 하면 의사가 약 처방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설사를 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감기 자체 때문이거나 감기와 장염이 겹쳐서 그런 것입니다. 만일
아기가 며칠 동안 물똥을 본다면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감기 치료 후에 다리를 아파하면
- 감기가 오래 가면 일과성 고관절염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가 감기 끝에 다리가 아프다며 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대개 엉덩이와 다리의 연결 부위인
고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그런 것입니다. 이것을 일과성 고관절염이라고 하는데, 보통 3~8세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관절염으로서 비교적 흔한 병입니다. 일과성 고관절염은 특별한 원인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감기나 감염, 외상, 알레르기성 과민증 등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특히 감기가 오래 지속될 때 많이 나타납니다.
- 일과성 고관절염에 걸리면 걷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일과성 고관절염을 치료할 때는 관절 운동이 회복될 때까지 다리 쪽에 체중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기본
입니다. 그러려면 가능한 한 2~3주 정도 아이를 쉬게 하고 안정을 취하게 하며 체중이 다리 쪽으로 실리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합니다. 일과성 고관절염이 생긴 원인을 밝혀 진단이 내려진 다음 담당 의사가 걸어도
괜찮다고 하면 걷게 해도 되지만, 의사의 진단없이 무심코 걷게 했다가는 관절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으므
로 조심해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감기로 인한 일과성 고관절염을 예방하거나 특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
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이럴 때는 그때그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 감기 걸린 아이의 배가 빵빵하면!!
감기 때문에 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장에 공기가 차서 배가 빵빵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른 데는 멀쩡한데 배만 빵빵해서 문제가 된 아이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아이가 힘들어 하고 다른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배가 지나치게 빵빵해
터질 듯해 보이면 장이 마비될 수도 있으므로 한밤중이라도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 감기에 관한 몇 가지 오해 >
▶ 감기약은 셀수록 빨리 낫는다?
간혹 약효가 센 감기약을 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항생제가 세면 셀수록 감기가 빨리 낫는다고 믿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항생제는 아무런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몸에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항생제는 바이러스성 감염이 아니라 세균성 감염일 때만 사용합
니다. 세균 때문에 생기는 소위 열감기라 불리는 병 중에는 항생제를 적어도 10일 이상 먹여서 제대로 치
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은 멀쩡해 보여도 나중에 심장과 콩팥에 심각한 합병증
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기 가운데 어떤 것이 세균성인가는 진찰해 보아야만 알 수 있습니다. 따라
서 아이가 목감기나 열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의사의 진찰 없이 함부로 항생제를 먹여서 치료하는 것은
정말로 몹시도 진짜로 위험한 일입니다.
▶ 감기약을 너무 오래 먹이면 안 좋다?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감기쯤이야 하거나, 애들은 아파야 면역성이 생긴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린 아기에게는 약을 안 먹이는 것이 면역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
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플 때 약을 안 먹이면 면역성이 생기기는커녕 아이만 고생할 뿐입니다. 소아과
의사가 사용하는 약은 엄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한 편입니다. 병이 오래간다면 그리고 그
병의 치료에 약이 꼭 필요하다면 당연히 오랫동안이라도 약을 먹여야 합니다. 감기약을 오래 먹인다고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의 아이도 3개월 동안 계속 감기약을 먹인 적이 있는데, 그때 마침 중이염도
겹쳐서 항생제도 6주 이상을 먹였습니다. 감기란 놈이 소아과 의사의 아기라고 봐주지는 않더군요. 물론
감기가 심하지 않아 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감기가 오래 가면 백일해가 된다는데
감기가 오래가면 혹시 백일해는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백일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거의
발생하지 않는 병입니다. 아마 최근 10년 동안 백일해 환자를 보지 못한 소아과 의사도 많을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DPT 접종을 했다면 더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백일해는 말 그대로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백일해가 아니더라도 오래가는 감기 때문에 기침을 몇 달 동안
하는 아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백일해는 기침 소리가 매우 특징적이어서 금방 알아낼 수 있으니 아이를
봐주는 소아과 의사가 백일해라고 하지 않았다면 백일해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 예전에 감기 걸렸을 때 바로 좋아졌으니 이번에도!
감기는 한 가지 병이 아닙니다. 감기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생기는 각기 다른 병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지난번 감기에 걸렸을 때는 며칠 만에 멀쩡해지던 아이가 이번 감기에는 한참 아플 수도 있고, 전에는 아
무런 이상 없이 좋아진 아이가 똑같은 소아과에서 같은 의사에게 같은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에는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감기를 치료받는 동안 다른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지 감기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약이 아닌데다, 감기에 걸리면
아이의 몸이 약해지므로 치료받는 동안에 다른 종류의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감기란 병은 항상
같은 경과를 밟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 걸린 감기가 예전 감기와 증상이 똑같
아 보여도 똑같은 감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 무슨 의사가 합병증이 생긴 것도 모르냐고요?
- 합병증은 의사가 치료를 잘못해서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합병증을 의사가 잘못 치료했거나 의사의 오진에 의해 얻는 병쯤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흔히들 하는 얘기는 “아이가 감기에 걸려 동네 소아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잘 낫지
않아 종합병원에 갔더니 폐렴이라면서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듣게 되면 엄마들은 동네 소아과에 가봐야 치료는커녕 괜히 아이 고생만 시키는 것은 아
닌가 하는 생각에 동네 소아과 가기를 꺼려합니다. 그러나 감기는 아무리 좋은 약을 쓰고 아무리 유명
한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한다 해도 일부에서는 반드시 합병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합병증은 엄마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의사가 치료를 잘못해서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 큰병원에 간다고 합병증이 안 생기거나 병이 빨리 낫는 건 아닙니다:
동네 소아과 의사가 모르는 합병증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소아과 의사가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큰병원에 간다고 합병증이 안 생기거나 병이 빨리 낫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미리 큰병원에 데려가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다른 병에 감염되기 쉽기 때문에 더 손해일 수
있습니다. 동네 소아과 의사가 어떤 병을 의심할 때 그 의심이 가는 병에 대해 검사할 시설과 인력을 갖춰
놓은 곳이 바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입니다. 아이를 치료하는 도중에 합병증이 생기거나 병이 더 심해
지면 동네 소아과 의사가 알아서 큰병원으로 의뢰해 줍니다. 큰병이 겹친 환자를 마냥 붙잡고 있을 동네
소아과 의사는 한 명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감기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들 >
Q.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예방접종을 해도 되나요?
A. 대개의 경우 감기가 심하지 않다면 접종은 가능합니다.
→미열이 있어도 예방접종은 가능하지만 요즘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엄마들이 많아서 열이
날 때 접종을 해주는 간 큰 소아과 의사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예방접종은 반드시 정해진 날짜에
맞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날짜를 지키는 것이 좋지만 사정에 따라 연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접종의 종류에 따라 연기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접종이 늦어질 때는 소아과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감기에 걸렸더라도 소아과 의사가 판단하기에 괜찮다면 예정대로 예방
접종을 해도 됩니다. 감기 걸렸을 때 접종했다고 예방접종의 부작용이 더 증가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이들 예방접종에서 언제 맞히느냐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서 맞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종합병원은 아이들의 예방접종 등과 같은 1차 의료에 적합한 체제가 아닙니다. 만일 집 가까이에 종합
병원이 있다면 그곳에서 예방접종을 하십시오. 그러나 동네 소아과가 더 가깝다면 동네 소아과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종합병원은 아이들이 병문안 오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Q. 소아과에 가면 체온을 재주는데 굳이 집에서도 재야 하나요?
A. 당연히 집에서도 체온을 재야 합니다.
→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가는 동안 바람을 쐬면 열이 떨어져 체온이 낮게 재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므로 열이 많다고 느껴질 때 바로 재야 합니다.
Q. 텔레비전에 어떤 의사 선생님이 나오셔서 감기는 심하지 않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래도 되나요?
A. 감기를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 공기 좋은 나라에서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약을 처방하는 대신 적당한 운동과 약간의 외출을 권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공기가 나쁘기 때문에 감기 걸린 아이
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가는 감기가 훨씬 심해지는 게 보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감기를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일은 위험한 일입니다.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로서 수많은 감기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의학 교과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침만 약간 하는 가벼운 감기였는데도 하루
사이에 갑자기 심해지기도 하고, 합병증이 발생하는 빈도도 높습니다. 한 달 이상 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런데도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요? 아이들의 감기는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일단 감기에 걸
리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그게 가벼운 감기
인지 아닌지를 잘 모르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기관지염이 심각한데도 가벼운 감기라고 믿고 있는
엄마들이 저의 소아과에만도 하루에 몇 명씩 찾아옵니다.
Q. 감기를 치료하고 있는 중인데 귀가 아프답니다. 어떡하나요?
A. 소아과에서 감기 치료할 때 귀도 함께 봐달라고 하세요.
→ 아이들은 어른보다 이관 즉 유스타키안 튜브의 길이가 짧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감기에 걸리면 중이염
이 잘 생깁니다. 더구나 아이들은 어른보다 감기에 더 잘 걸리니 중이염에 걸리는 빈도도 그만큼 높습니다.
중이염에 걸렸다고 이비인후과에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아이들의 급성 중이염은 소아과
의사가 치료합니다.
Q. 아이가 감기약을 먹는데 식은땀을 많이 흘립니다. 왜 그렇죠?
A. 감기에 걸리면 식은땀을 흘리기도 합니다.
→ 열이 날 때 우리 몸은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땀을 많이 만듭니다. 그런데 해열제로 열을 떨어뜨리면
남는 열이 피부에 땀으로 남게 되어 일시적으로 식은땀이 많이 나기도 합니다. 또한 감기에 걸리면
땀을 조절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식은땀을 흘리기도 합니다. 다른 이상이 없다면 물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약이 독해서 식은땀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이 허해서 나는 것도 아니고요.
Q. 아이가 감기에 잘 걸리고 걸렸다 하면 오래갑니다. 병원에 갔더니 알레르기가 있다는데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A.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을 때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은데, 집에서의 기본적인 주의사항은 이렇습
니다. 새나 개나 고양이는 키우지 마시고 벌레 같은 것도 없어야 합니다. 메밀베개는 사용하지 마시고
곰인형처럼 털 많은 인형도 없어야 합니다. 집 안에 먼지가 없어야 하므로 장농 위나 뒤까지 주기적으
로 청소해야 합니다. 화장품을 가급적 적게 쓰고, 바퀴벌레도 컴배트보다는 끈끈이로 잡으세요. 담배는
화장실에서도 피우면 안됩니다. 그리고 가스 레인지를 사용할 때는 꼭 후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LNG나
LPG가 연소할 때 나오는 질소 산화물은 냄새는 나지 않지만 호흡기에 상당히 해롭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해도 연소 가스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난방 기구는 되도록 사용하지 마세요.
또 알레르기에는 특효약이 없으므로 집에서 의사의 처방없이 치료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세요.
우리나라에는 알레르기에 대한 수많은 민간요법과 특효약이 선전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대개
그런 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Q. 우리 아이가 목이 부어서 열이 많이 납니다. 목에 직접 약을 뿌리거나 목을 소독해 주면
좀더 빨리 낫지 않을까요?
A. 그래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 아이들은 목이 잘 붓습니다. 그리고 흔히 목감기라 부르는 인두염은 전신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열이
나고, 호흡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며, 소화도 안 되고, 온몸이 부대끼고, 목에도 염증이 생깁니다.
목감기나 열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이기 때문에 목에다 소독약을 뿌려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목이 많이 아픈 아이에게 일부 의사들이 목에다 직접 마취제를 뿌려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
게 하지 않습니다. 마취제를 뿌려주면 그 순간은 목이 안 아파서 좋지만 사레가 들리기 쉬워 흡입성 폐렴
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좋아보여도 나중에 손해볼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목감기
는 목을 소독하거나 목에 직접 약을 바르거나 뿌려서 치료하는 병이 아닙니다.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그런
방법을 씁니다.
Q. 선생님~ 선생님~! 우리 아이 감기 똑 떨어지게 주사라도 한 대 팍 놔주세요. 감기가 벌써
일주일짼데요.
A. 주사를 맞는다고 감기가 빨리 낫지는 않습니다.
→ 실제로 어떤 엄마는 노래를 부르듯이 주사를 놔달라고 조릅니다. 그러나 주사를 맞는다고 감기가 빨리
낫거나 합병증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주사가 필요없는 경우에도 주사를 놓는 것은 아이를 고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의사가 권하지 않을 때는 주사를 놔달라고 하지 마세요. 주사를 맞으면 아픕니다.
아이가 주사 한대 맞을 때마다 엄마도 주사 한 대를 맞아야 한다면 주사 놔달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꼭 필요할 때는 반드시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요.
Q. 아이를 평소에 춥게 키우면 감기에 덜 걸린다는데요?
A. 춥게 키우면 더욱 감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 간혹 감기에 대한 면역성을 키워준다며 겨울에도 일부러 아이를 춥게 키우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별로 권하고 싶은 방법이 아닙니다. 일부 나라에서는 아이를 춥게 키우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공기가 좋은 나라에서 아이를 춥게 키우면 추위에 대한 저항력도 생기고 약한 감기
정도는 스스로 극복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래서 약한 감기에 걸렸을 때는 맑은 공기를 마시라고 나가
놀게도 합니다. 하지만 공기 오염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춥게 키우면 기관지염이나 감기에 더욱
걸리기 쉽습니다.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려고 감기에 잘 걸리는 약한 아이를 춥게 키우는 것은 곤란합니다.
Q. 사람들 얘기가 애들 감기에는 항생제를 꼭 먹여야 한대요. 혹시 항생제를 안 써서 감기가
오래 가는 것은 아닐까요?
A. 아닙니다.
→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항생제를 사용한다고
감기가 빨리 낫거나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호흡기에는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좋은 세균들이 있어
서 여러 가지 잡균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항생제를 함부로 사용하면 이런 좋은 균들이 모조리 죽어서
병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항생제를 반드시 10일 이상 먹여
야 하는 감기 같아 보이는 병도 있습니다.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감기는 의사의 진찰 없이는 보통
감기와 구별하기 힘듭니다.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지만 세균에 의한 질환일 때는
반드시 항생제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간혹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면 큰일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
도 있고, 항생제가 싫다며 병원 약을 거부하고 다른 치료법에 의존하다가 아이만 엄청나게 고생시키는
분도 있습니다. 항생제를 꼭 먹여야 할 때 항생제를 제대로 안 먹이면 몇십 년 뒤에 심장과 콩팥에
치명적인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이런 병들은 항생제를 하루 이틀만 먹여도 증상이 사라지고
아이가 멀쩡해보여 함부로 약을 끊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정말로 곤란합니다.
항생제는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입니다. 현대 의학의 성과 중 두 가지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예방접종과 항생제를 꼽습니다. 그만큼 항생제는 생명을 건지는 약입니다. 특히 세균성 질
환의 치료에는 거의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러나 항생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서 잘 사용
하면 병 치료에 굉장한 도움을 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내성만 증가시키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의사의 진단 없이 약을 함부로 사먹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마치 콩 주워 먹듯 여러 종류의 약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십 년만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은 무너진 성수대교처럼 될 것입니다. 하긴 우리 사회에서는 약뿐만 아니라
수많은 건강 식품들이 남용되고 있습니다. 제발 아이에게 아무 약이나 먹이지 마십시오.
Q. 선생님 죄송한데요, 며칠 후에 우리 아이 발표회가 있거든요. 부작용이 좀 있더라도 감기 똑
떨어지게 약 좀 세게 써주세요.
A. 죄송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 감기약을 아무리 세게 써도 감기가 빨리 낫지는 않습니다. 약이란 사용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정량을
초과해서 사용하면 부작용만 커질 뿐입니다. 일부 약은 많이 사용하면 잠깐 동안은 증상이 좋아지는 듯
해도 시간이 지나면 마찬가지입니다. 감기가 똑 떨어지는 약은 없습니다. 그런 약이 있으면 제가 지금 여
기서 환자 보고 있겠습니까? 노벨 의학상 두 개는 주겠다고 난리일 텐데요.
Q. 아이가 약만 먹으면 잡니다. 약이 너무 독한 건 아닐까요?
A. 약이 독하다고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아닙니다.
→ 감기약으로 처방되는 약 중에는 항히스타민제가 있는데, 이 약을 먹으면 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 정도가 달라 어떤 아이는 감기약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데, 어떤 아이는 먹자
마자 쓰러져 잘 수도 있습니다. 감기약을 먹고 자더라도 심하지 않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간혹 감기약
을 먹으면 아이가 컨디션이 좋아져 아파도 열심히 노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보다는 차라리 약간 졸
린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잔다 싶을 때는 약을 지어주는 소아과에 말하면 덜 졸리거나 안
졸리는 약으로 바꿔줄 것입니다. 간혹 감기약에 수면제를 넣었나 의심하는 분도 있는데,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Q. 우리 아이는 중학교 1학년생입니다. 감기 치료는 이제 내과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소아과는 21세까지 진료합니다.
→ 어떤 엄마는 아이의 감기가 심하면 내과에 간다고 합니다. 내과 약이 소아과 약보다 세기 때문에 더
잘 듣는다나요. 또 어떤 엄마는 간판에 내과, 소아과 두 과목을 본다고 써 있는 병원을 찾아간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감기가 약하면 순한 소아과 약을 먹이고 감기가 심하면 센 내과 약을 먹이기 위해서랍니다. 의료
법상 의사가 두 개의 진료 과목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두 과목 모두 전문의인 경우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
습니다. 그리고 소아과와 내과는 나이로 구분합니다. 소아과에서는 아이의 성장과 발육이 완성되는 시기
까지 진료합니다. 참고로 미국의 소아과 학회는 21세까지 소아과에서 진료받기를 권장합니다. 중학생이
소아과에서 치료받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중학교 1학년생이라도 학교를 늦게 들
어가 스물한 살이 넘었다면 내과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내과 의사가 소아과 의사보다 약을 더 세게 쓴
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약은 나이와 병의 종류에 따라 용법과 용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소아과
의사든 내과 의사든 약을 처방하는 것은 같습니다.
Q. 선생님, 보험약은 좀 싸다면서요. 그래서 일부러 일반으로 접수했으니까 제일 좋은 약으로
써주세요.
A. 어느 소아과나 일반과 보험의 약 차이는 없습니다.
→ 하긴 보험 수가가 너무 싸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한 소아과에서 감기 치료를 하면서 보험 환자와 일반 환자의 약을 다르게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Q. 감기를 치료할 때 어떤 병원에서는 주로 약을 처방하고 어떤 병원에서는 주로 주사를 놓던데,
그 차이는 뭔가요?
A. 똑같은 병이라도 치료 방법은 의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 주사에 대해서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비를 가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약이나
주사 두 가지의 처방이 다 가능한 경우 치료 효과가 같다면 가능한 한 먹는 약으로 처방합니다. 그렇지만
주사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이 위태로운 병을 앓을 때는 효과가 즉시 나타날 수 있는
주사가 큰 도움이 되지요. 꼭 필요한 경우라면 당연히 주사를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꼭 필요한 경우’라
는 것이 의사마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제가 여기에서 언급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약을 처방할 때는 다 안정성을 고려하므로 주사를 맞았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로
저의 경우는 예방 접종을 제외하면 주사를 놓는 아이의 수가 1년에 열 명을 넘지 않습니다.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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