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우면 호흡을 안하는 태아
자궁 안에서 양수(羊水) 속에 잠겨있는 태아가 호흡을 할까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양수라는 물 속에서도 태아는 호흡을 한다'는 것이다. 형태학적으로는 태아는 이미 임신 11주부터 호흡운동이 시작되고 있음이 관찰되고 있다. 임신 4개월 초에는 태아의 호흡기관이 오히려 양수의 이동경로가 될 만큼 호흡기관이 발달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러한 현상을 태아의 호흡기능이 건강한지를 진단하는 데에 이용하기도 한다. 즉 양수가 적은 '양수과소증' 이나 반대로 양수의 양이 지나치게 많은 '양수과다증'일 때는 태아 폐기능의 이상유무가 그 진단에 중요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태아의 폐기능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서 태아의 폐기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태아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폐조직 내의 폐포, 즉 장차 공기와 접촉하여 산소를 받아들이게 되는 '허파꽈리'는 양수로 차여있다. 따라서 태어나기 전의 허파꽈리는 쭈글쭈글한 형태를 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는 첫울음을 하게되고 그 이후부터 태아의 허파꽈리는 외부공기에 접촉된다. 태어난 후에는 허파꽈리의 표면이 잘 펴져야 만이 원활한 호흡을 할 수 있는데, 따라서 이러한 허파꽈리의 표면장력(표면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힘)에 관여하는 물질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러한 물질이 없으면 태아는 만삭에 태어나게 되더라도 원활한 호흡을 할 수 없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병을 '태아호흡곤란증'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음'이라는 스트레스만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임신부들이 태아호흡이 임신부가 겪는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변화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외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때 태아는 잠시 호흡을 멈춘다. 왜 태아의 호흡이 멈추는 지는 확실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외부환경에 경계하는 반응의 일종으로 해석되고 있다. 태아의 모든 근육이 긴장하여 태동도 잠시 멈추게 된다는 의견을 발표한 학자도 있으나 이러한 가설은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현상은 실제로 태아에게 다양한 음향을 주면서 연구되었다. 음향을 주면서 동시에 자궁내의 태아운동을 초음파검사로 촬영하여 밝혀진 연구결과들인 것이다. 음향의 강약에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한 논문들도 많다. 그 결과는 물론, 음향이 클수록, 오래 지속될수록, 태아의 호흡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태아를 자극하는 이러한 시끄러운 환경이 오래 지속되면 태아의 호흡기능의 발달도 늦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아기가 태어나면 허파꽈리가 잘 펴지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어쩌면 태아가 시끄러운 소리에 반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다시 말하거니와, 우리나라 전통태교에서 임신부에게 조용한 환경을 권하는 것은 얼마나 과학적인가 ? 임신부는 적어도 시끄러운 환경은 피해야 한다. 얼마동안, 그리고 얼마큼 큰 소음이 태아의 '호흡기관' 이라는 신체조직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으나 해롭다는 의견에는 다수의 의학자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임신부의 주변이 조용한 상태라야 태아의 모든 신체조직도 활발히 발육한다는 사실은 더욱 기억해야할 사항이다.
적어도 앞으로 태어나는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기대한다면 임신부의 주위사람들은 임신부에게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임신부자신이 시끄러운 환경을 찾아갈 리는 없으므로 이러한 것은 주위사람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임신부 옆에서 싸우거나 시끄러운 소음을 내지 말고, 임신부에게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우리의 아기를 위한 사회적 태교방법중의 하나이다. 이것은 우리 전통태교에서 추구했던 태교방법의 과학성이 확인되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 태교는 과학이다 / 박문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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