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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에게 찍히면 뜬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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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용 대형 카메라든, 작은 디지털 카메라든 그의 손엔 항상 카메라가 들려있다. /허영한 기자younghan@chosun.com

찰나를 찍는 ‘엘르’의 패션사진가 질 벤시몽, 찰나를 사는 모델을 말하다 “어릴때부터 산전수전 겪는 직업 성공하는 사람도 성공도 한순간 서른 살 넘으면 뭐 먹고 살아… 내 딸이 모델 하겠다면 글쎄요?”

케이블 TV에서 방송되는 ‘도전 슈퍼모델’의 진행자 타이라 뱅크스(Banks)는 시즌 6까지 이렇게 외쳤다. “우승자에겐 질 벤시몽과 화보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패션사진가 질 벤시몽(63·Bensimon)에게 사진을 찍힌다는 건 모델들에겐 그만큼 영광으로 여겨진다. 80~90년대를 풍미하던 슈퍼모델인 신디 크로퍼드, 린다 에반겔리스타, 클라우디아 시퍼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더욱 명성을 얻었고, 육감적인 몸매의 지젤 번천은 그의 단골 모델로 꼽힌다.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패션지 ‘Elle’의 USA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그가 최근 방한했다.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는 프로필 사진만 보고 무척이나 까다롭고 심술궂을 것으로 보이지만, 테디베어처럼 귀엽게 처진 눈매에 어울리는 회청색 눈빛은 온화하기 그지 없었다. “프로필 사진과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더니, “난 사진 찍히는 게 영 어색하다”라며 웃는다. 40년간 누른 셔터만도 수천만 번이 넘을 거라고 하던 그였는데 말이다.



파리의 유명 갤러리 디렉터였던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벤시몽은 어릴 때부터 사진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호통부터 쳤다. “뭐? 스포츠카 타고 여자들과 뒤엉켜 있는 게 그렇게 부러웠느냐?” 50~60년대 프랑스에선 사진작가는 ‘패션’을 찍는 게 아니라 ‘외설’ 쪽에 가까웠다. 그는 “세상이 변할 것”이라고 외쳤다. 그가 말한 대로 그는 지금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 며 사진을 찍고, 한번 일을 시작하면 2~3일 정도는 거의 먹지 않고 일만 한다. “내 사전에 ‘은퇴’란 단어는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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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눈빛’을 담아내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2003년 그가 펴낸 사진집(Gilles Bensimon Photography-No Particular Order)에 담긴 작품. 모델 출신 할리우드 배우인 밀라 요보비치. /Elle 제공


그는 타이라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녀가 열네살 때였어요. 엄마 손을 꼭 잡고 모델 에이전시에 찾아왔더군요. 몸은 가늘었는데 무척이나 글래머였습니다. 보석처럼 빛났습니다.” 타이라 뱅크스는 열일곱 살에 모델로 데뷔해 97년 흑인 최초로 미국 유명 스포츠잡지인 SI에 커버모델로 실렸다. 모델을 그만둔 뒤 살이 찐 걸 두고 ‘가슴성형’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지만 질 벤시몽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원래부터 그랬다니까요.”

수많은 모델 중 타이라 뱅크스처럼 신인 시절 ‘될성부른 모델’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 아이들, 눈빛이 다릅니다. 5초, 아니 2초만 보면 될지 안될지 느낌이 오죠. 케이트 모스처럼요. 또 나오미 캠벨처럼 거친 성격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착하고, 자는 시간도 아까워할 정도로 성실하고, 파티 중독 증세도 거의 없고, 성공에 대한 심지가 굳죠. 적을 잘 안 만들면서도 남들과 구분되는 강단 있는 캐릭터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에겐 9살, 7살 된 딸이 있다. “모델이 되겠다면, 글쎄요…. 너무 어릴 때부터 쓴맛 단맛 다 보게 되고, 성공하는 사람도 극히 일부고. 30살 넘어선 어떻고요. 과거의 화려함을 잊지 못해 현실에 부적응하는 경우도 많죠, 저한테 울면서 신세 한탄하는 경우도 자주 봤습니다.” 그의 단골 모델인 스칼렛 요한슨이나 린제이 로한 등 아역 출신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도 마찬가지. “그 아이들이 힘들어하며 크는 모습에 마음 편치 않더군요. 그래도 내 딸이 굳이 하고 싶다면야….” 현재 그의 딸의 꿈은 ‘록 스타’다.


엘르(Elle) USA 총괄디렉터이자 패션사진가인 질 벤시몽(Gilles Bensimon). /허영한 기자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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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그가 펴낸 사진집(Gilles Bensimon Photography-No Particular Order)에 담긴 작품. 시트콤‘프렌즈’로 큰 인기를 얻은 제니퍼 애니스톤. /Ell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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