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의 약혼자가 과거에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알려줘 파혼에 이르게 하고, 친구 애인의 임신중절 수술 사실을 들춰보고, 조직폭력배가 낀 불법 채권추심(빚 독촉)업체에 가입자 정보를 넘기고….’
전 국민이 가입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180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직원들이 각종 이권이나 청탁, 호기심 등으로 가입자의 개인 정보를 마구잡이로 열람하고 유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장복심(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개인정보 유출 감사처분 내역’과 ‘개인정보 열람직원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장 의원은 “민감한 개인 정보를 마음대로 조회하는 등 두 공단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며 “두 공단직원들의 개인정보 열람 및 유출은 재산권 제한, 파혼, 불법 채권추심 등의 결과를 초래해 가입자인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등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줄줄 새는 개인정보 = 장 의원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02년 개인 급여 내역을 민영 보험사 및 병원에 유출한 6명에게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린 이후, 2003년 2명, 2005년 8명, 2006년 24명을 가입자 개인정보 무단 열람·유출 사유로 징계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 지난해 특별감사 결과, 691명의 직원이 모두 1647건에 달하는 업무 목적 외 무단열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일부는 연말정산 등 행정편의를 위해 불법 열람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493명이 열람한 972건은 정치인이나 연예인, 내부 직원에 대한 ‘호기심’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공단의 내부 감사가 지난해 1, 2월 단 두 달간의 개인 정보 열람 기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장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지난 2003년 이후 개인정보 열람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공단측은 지난해 2개월 동안 이뤄진 감사 자료만을 제출했다”며 “단 2개월 동안 이렇게 많은 불법 개인정보 열람이 있었는데도, 공단측은 감사 기간 이외의 개인정보 열람·유출을 파악할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 재산권 침해하는 개인정보 유출 =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A씨는 “애인의 과거를 알고 싶다”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친구 애인의 급여내역을 조회해 그녀가 2004년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려줬다. 건강보험료 내역을 조회하면 어느 질병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지원받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이 과정에서 특정 진료 사실이나 수술 여부도 알 수 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친구를 통해 건강보험 가입자 20여명의 개인 재산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자료를 조직폭력배가 낀 불법 채권추심업체에 넘겨줬다. C씨는 자신의 토지 매매 과정에서 위약금 문제로 다툼이 생기자 2004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12회에 걸쳐 294건이나 무단으로 조회·유출했다.
직원 D씨는 동료 직원을 통해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결혼상대자로 적절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건강보험료 지급 내역 등을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병원 치료 내역을 조회한 뒤 파혼에 이르게 한 경우도 있었다. 공단 직원 E씨는 친지의 청탁을 받고, 한 여성과 약혼한 남성 가입자의 개인급여 내역(어떤 질병으로 어느 병원을 이용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열람, 이 남성이 간질과 B형간염 등으로 치료받은 사실을 알려줬다. 결국 이들은 결혼 준비 비용을 정산하고, 파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일부 직원은 연하장 등 개인 우편물 발송을 위해 친지들의 주소를 공단 내 전산망을 통해 확인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불법 개인정보 열람은 과거의 일로 현재는 열람 사유 등을 반드시 기록하게 하는 등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공단 내 개인정보심의위원회를 강화해 업무 담당자가 아니면 개인정보 열람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고, 해당 지역 지사장이 직접 정보 열람 등에 대한 결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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