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아프다는 아이, 성장통? 다른 질병?
세상 만물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봄,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나무들이 하나둘 싹을 띄우고 가지를
뻗어나가듯이 우리 아이들도 집밖으로 나와 따뜻한 햇볕아래 뜀박질 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키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잘 놀던 아이가 가끔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댈 때가 있다.
심하게 놀다 다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성장통이겠거니 쉽게 넘길 수도 있다.
이럴 때 내 아이의 증상이 자연스러운 성장통인지, 아니면 병원에서 진단해봐야 할 질환인지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성장통은 주로 저녁~새벽에 나타나고 낮에는 사라져
낮에 잘 뛰어놀던 아이가 밤마다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기도 하고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
울기도 곧잘 한다. 그러면 옛 어른들은 '키가 크려고 그러는 거다'라며 한참을 주물러
주시곤 했다. 대개 아이들의 이런 다리 통증을 일컬어 성장통(growing pain)이라고 한다.
성장작용 자체가 통증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성장통이라는 진단명은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성장하는 아이에서 잘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성장통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장통은 3~12세의 성장기 어린이들의 35%가 경험하는 하지통증으로, 여자아이보다는
활동이 많은 남자아이들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데, 대개는 초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줄어든다.
주로 넓적다리나 종아리 주위에 통증을 느끼며 한쪽 다리만 아픈 경우는 드물고 대개
양쪽 다리가 동시에 아프거나 혹은 번갈아가며 아프다고 한다.
통증은 길어야 한 시간 정도 지속되는데 일정기간 거의 매일 반복되며 때로는 수 주간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혈액검사를 해보면 염증 반응이 없으며 X-ray 사진에도
이상소견이 없다. 성장통은 대체로 증상이 저녁이나 새벽에 나타나며 낮에는 증상이 없다.
낮에 많이 돌아다닌 날일수록 더 심하게 앓는다. 통증의 정도에는 개인차가 큰 편이어서 드물게는 매우 아파서 걷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을 수 있다.
성장통과 심각한 질병 구분해야
성장통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아이가 큰다는 것은 뼈와 근육 등이 자라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뼈는 주로 밤에 수면시간동안 성장하고, 근육이나 인대의 성장은 왕성히 활동하는 낮 동안의 자극 때 일어난다. 따라서 성장통의 원인을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부에서는 성장기에 뼈가 자라는 정도와 근육, 인대 등 뼈 주변조직의 성장 속도 혹은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근육통이라고도 하고, 또 뼈가 성장하면서 뼈를 싸고 있는 골막이 늘어나 주위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미처 발달이 덜 된 아이들의 근육이 낮 동안 심하게 뛰어노느라 피로해져서 저녁이면 더 아프다는 설도 있다.
물론 성장통은 나이가 들면 없어지는 자연스러운 성장과정 중의 하나이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관절염이나 성장장애 등 특별한 후유증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가 많이 아파하고 통증이 매일 지속되며, 열이 나거나 관절이 붓는 것 같은 동반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서 진짜 성장통인지 확인해야 한다. 대개 간단한 진찰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X-ray와 피검사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반드시 성장통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그 원인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항상 아이의 상태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저 성장통이겠거니 방심하고 지내다가 심각한 질병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아류머티즘이나 골종양, 소아 백혈병, 칼슘이나 인 등 무기질 대사에 이상이 생겨 뼈가 약해지는 '대사성 질환'도 성장통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O형이나 X형 다리 등 무릎 각에 이상이 있거나 평발의 경우에도 생체역학적인 과부하 때문에 무릎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낮 시간에 아프다고 할 때, 한쪽다리만 아프다고 할 때, 다리를 주물러주면 더 아프다고 할 때, 열이 동반될 때, 통증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를 때에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은 NO, 가벼운 스트레칭은 YES!
성장통의 가장 좋은 치료는 아이가 빨리 자라나서 근육이 강해지는 것이다. 즉, 별다른 치료는 없다는 말이다. 단, 근육이 강해지기 위해서 아이에게 무리한 운동을 시키면 오히려 근육이 더욱 피곤해질 수가 있으므로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과 안정도 필요하다.
또한 평소에 근육과 골격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 칼슘, 아연, 그리고 에너지 대사 및 신체기능 활성화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여 아이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동시에 미네랄과 비타민 부족을 유발할 수 있는 인스턴트 및 가공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자다가 일어나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할 때는 보호자는 일단 침착하게 아이를 안아주는 등 스킨쉽으로 안심을 시키는 것이 좋다. 보호자가 지나치게 걱정을 하면 아이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불안해지고 통증도 더 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증을 느끼는 부위를 중심으로 부드럽게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게 좋다. 그러면 대개는 통증이 줄어들고 다시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은 치료 겸 진단의 효과가 있기도 하다. 성장통이 아니라 뼈나 근육, 힘줄 등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면 만지고 주무를수록 대체로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부드러운 마사지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남아있다면 따뜻한 물찜질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마사지나 온찜질은 긴장해있는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치료들이다. 경우에 따라 서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아파하는 아이도 있는데, 성장통이라는 확실한 진단이 내려져 있다면 진통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성장통이 자주 있는 아이는 저녁 시간에 간단한 체조와 온욕을 해주면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휴식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3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단순한 성장통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도움말=한림대의료원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정형외과 박건보 교수]
오현지 기자 news@pharm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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