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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집-맛의 비밀] 영등포동 ‘남원추어탕’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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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鰍魚湯)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영양식이었다.

벼 베기를 위해 논에서 물을 빼면 미꾸라지란 ‘놈’들이 한 소쿠리 가득 꿈틀거렸다. 이름에 ‘가을 추(秋)’가 들어 있듯 찬바람이 불어야 제 맛이 나는 별미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남원추어탕’(02-2636-2232)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깬 뒤 체에 살을 발라 쓰는 남도식 추어탕으로 유명하다. 교사 출신인 김홍귀(67) 씨가 20년 넘게 주방을 지키고 있다.

○ 주인장의 말

미꾸라지는 짙은 갈색에 배 부분이 노란 것이 좋다. 가운데 손가락 굵기에 길이는 15cm 정도가 적당하다.

우리 추어탕의 비밀은 생들깨와 된장으로 만든 육수다. 된장은 비린내를 제거하고, 음식 맛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된장 맛이 강해지면 그건 된장국이다. 들깨 냄새가 너무 강해도 들깨 국이 된다. 들깨와 된장을 자루에 넣은 뒤 빨래를 하듯 비벼 우려낸다. 된장은 들깨 양의 20분의 1을 섞는다. 이 황금비율을 찾는 데 몇 년이 걸렸다.

조선 무청, 고사리, 배추, 호박잎, 감자대, 토란대…. 전라도에서는 같은 동네라도 집집마다 육수에 넣는 것이 달랐다. 사투리로 ‘거습’이라고 한다. 우리 집은 조선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를 쓴다.

물고추도 중요하다. 전라도에서는 김장을 담글 때도 고춧가루 대신 ‘돌확’에 고추를 잘게 갈아 썼다. 고춧가루를 쓰면 왠지 제 맛이 나지 않는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전국에 남원추어탕이 너무 많다.(웃음)

△주인장=전국에 200개가 훨씬 넘는다. 하지만 맛은 다르다.

△식=추어탕이 담백하면서도 진하다. 시래기와 곱게 다져진 미꾸라지를 씹는 맛도 알맞다.

△주=미꾸라지를 크기가 다른 체에 넣고 바가지로 박박 문지르면 굵은 뼈와 잔뼈가 차례로 걸러진다. 그러면 ‘멍털멍털’ 알맞게 씹는 맛이 산다.

△식=맛의 하이라이트는 뭔가.

△주=좋은 재료는 기본이고 생들깨와 된장의 비율이 가장 중요하다.

△식=냄새 때문에 추어탕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주=중요한 것은 맛의 균형이다. 그리고 냄새 싸움이다. 추어탕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비린내나 들깨, 된장 등 냄새가 제각기 나면 끝이다. 냄새 나면 추어탕 장사 그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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