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묻는다. “남성들도 가기 어려운 길을 왜 택했느냐”고.
1000㏄ 슈퍼바이크 국내 유일의 여자선수, 홍일점 프로라이더, 미녀 프로레이서…. 최윤례(30)씨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앞 카페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다소 거친 슈퍼바이크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첫인상은 가냘파 보였다.
인터뷰 사진 촬영으로 비를 흠뻑 맞은 탓일까.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그는 거침이 없었다.
“슈퍼바이크요? 그냥 타고 있으면 좋아요.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됐지만, 성적이 나쁘더라도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 좋다고나 할까요.”
최씨는 국내 200여 명의 슈퍼바이크 선수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극동아시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고등학생 때인 1995년 125㏄ 오토바이로 시작해 바이크의 ‘맛’에 푹 빠진 그는 2003년부터 본격적인 레이서 활동을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사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아르바이트해 돈을 모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오토바이에 미쳐 살았어요.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자존심도 버렸어요.”
최씨 몰래 오토바이를 내다 팔았던 아버지가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희희낙락이다.
그동안 최씨가 참가한 대회만도 국내외 20차례가 넘는다.
2005년 8월 강원도 태백대회에서 그는 중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에서 온 선수들과 겨뤄 당당하게 4위에 입상했다.
시속 290㎞ 이상 내달리는 속도에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쾌감을 느낀단다.
여성적인 매력도 어느 누구 못지않다. 176㎝의 큰 키와 늘씬한 몸매에 착 달라붙는 레이싱복, 헬멧을 벗으면 어깨까지 흘러 내리는 긴 머리에 남성팬들은 마냥 즐겁다.
팬카페 회원 수가 3000명에 달할 정도로 사람을 몰고 다닌다.
그래도 그는 2%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욕심쟁이여서일까.
프로라이더 못지않게 연기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도 적지 않게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단역이나 대역이라 아쉬움이 남지만, 2004년 한국화장품 ‘프레나’의 메인 모델로 활동한 경력을 감안하면 그의 외모만큼이나 타고난 끼(?)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다.
지난해 모 프로덕션에 잠시 몸담기도 했지만 지금은 혼자 연기수업을 받고 있다. 경기장을 뛰어넘어 방송가에서 그의 모습을 볼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인터뷰 내내 그는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취미는 없냐고 물었다.
“수상스키, 스키, 스노보드, 당구도 좋아합니다. 호호호.”
혹시 재벌2세가 아닐까. 돌아온 그의 답은 ‘노’다. “비밀인데요,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어요. 일단 친해져야 합니다. 그러면 한 번 태워 줄 것도 두 번 태워주거든요.”
2남2녀의 막내인 그는 바이크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소속 팀원의 소개로 만난 지 10개월 만인 지난 4월 결혼한 신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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