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적 의미
새해 첫날이 밝는 자정,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33번 치는 것은 조선시대에 이른 새벽 사대문 개방과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타종, 즉 파루를 33번 친데서 연유한 것이다.
시계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해를 보고 시간의 흐름을 짐작했다. 해시계가 보급된 후엔 조금 나아졌지만 밤중에 시간을 몰라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밤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정부가 맡은 큰 일 중 하나였다.
자시, 축시, 인시 등으로 불렀던 하루 12시간 중 밤에 해당하는 5시간, 즉 술시에서 인시까지는 이를 초경, 이경, 오경으로 나누어 각 경마다 북을 쳤다. 또 각 경은 다시 5점(오점)으로 나누어 각 점마다 징이나 꽹과리를 쳤다. 한 경은 오늘날 시간으로 따지면 2시간, 한 점은 24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소리를 모든 주민이 들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사대문이 닫히고 주민 통행금지가 시작되는 이경(밤 10시경)과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오경(새벽 4시경) 만큼은 종로 보신각에 있는 대종을 쳐서 널리 알렸다.
이경에는 대종을 28번 쳤는데 이를 인정이라 했고, 오경에는 33번 쳐 이를 파루라 했다.
인정에는 28번을 친 것은 우주의 일월성신 이십팔수(28별자리)에게 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고, 파루에 33번을 친 것은 제석천(불교의 수호신)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에게 하루의 국태민안을 기원한 것이었다.
2. 불교적 의미
- 불교에서 유래. 불교의 우주관, 28계 33천 신앙에서 유래. 새벽이 열리는 인시(寅時)에, 4대문을 여는 파루(罷漏)는 33번 타종. 저녁 유시(酉時)에는 28번 타종(동양적 사고로는 하늘의 별자리 28수(宿)를 상징한다고도 함). 33천을 도의천(도의천)이라 하는데 그 곳의 천민(天民)들은 건강하고 무병장수(無病長壽) 하므로 밝아오는 새해와 밝아오는 아침에는 우리 국민들이 33천민들처럼 건강하고 무병장수하기를 기원.
33의 의미로, 삼(三)은 해(日)․달(月)․별(星)의 삼광(三光)으로 양수(陽數)의 길수(吉數)가 된다. 이 삼(三)을 중수 중삼(重數 重三)으로 하면 삼삼(三三)의 33이 된다. 이 중수 중삼(重三)은 월력으로 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3월 3일이 되어 화창한 봄날을 맞는 때다. 이 삼(三)의 삼승(三乘)은 구(九)가 되고, 이 구(九)를 중구(重九)하면 9월 9일이 되어 강남으로 제비가 돌아가는 중양절(重陽節)이 된다. 그리고 이 삼(三)은 天․地․人의 삼재(三才)가 되고, 知․人․勇의 삼덕(三德)과 통하고, 귀(耳)․입(口)․눈(目)의 삼보(三寶)와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佛․法․僧의 삼보(三寶)와 통한다.
- 섣달 그믐날 밤 자정에 여러 곳의 절에서는 뭇 중생의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뜻으로 종을 108번 울렸다. 오늘날에는 양력 12월 31일 자정에 서울 보신각과 각 지방에서는 33번의 제야의 종을 울린다. 108이란 숫자가 그러하듯이 `33'숫자도 불교에 뿌리를 둔 숫자다. 이 세상에는 백의관음 수월관음 약왕관음 등 자비스러운 33 관세음보살이 있는데 천상 천하 지상 지하 모든 사람으로 응화, 화신을 한다. 이렇게 33관음은 도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화신한다 하여 33은 '그 모든 곳에 있는 그 모든 사람을 뜻'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비단 불교뿐만 아니다. 성균관 서생들이 대궐 앞에 가 상소할 때도 33명을 뽑아 보냄으로써 전체 의사임을 표방하였다. 만인산(萬人傘)이라 하여 육조거리에서 지방 수령들의 송덕 시위를 할 때도 33명을 뽑아 올림으로써 그 지방 백성의 총체적 의사임을 과시하였다. 혹정에 저항하여 민란을 일으킬 때도 사발에다 33명의 이름을 적어 통문으로 돌렸다. 단체나 회사를 발기할 때도 그 발기인 수를 33명으로 하는 것도 관례가 돼있었다. 3.1 운동 때 민족 대표를 굳이 33명으로 한 것도 바로 독립의지가 전국민의 의지임을 표방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33번의 종을 치는 것은 '온 사방 만 백성'의 시름과 번뇌를 씻고, 새로운 한해를 축원하는 의미이다.
3. 민족적 의미
33천은, 동서남북 사방에 각 8계층의 하늘이 있고, 그 가운데 이 모두를 지휘하는 하늘을 선견성(善見成)이라 하는데, 우리 나라를 세우신 국조(國祖) 단군(檀君)이 바로 이 선견성의 성주인, 환인(桓因) 천제(天帝)의 아들이므로 단군의 개국이념(開國理念)인 홍익인간(弘益人間), 광명이세(光明以世)의 이념이 널리 선양되기를 바라는 염원에서이다. 33번의 타종은, 우리민족, 우리국가는 무력이 아닌, 홍익인간, 광명이세를 근간으로 인, 의, 예, 지로서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 할 것임을 33천, 즉 우주 전체에 맹세한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통치이념이, 종이 울릴 때마다 상징적으로 표현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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