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교대역과 법원 그리고 남부 터미널로 이어지는 교대 먹자 골목은 맛집 천국이다. 점심·저녁 시간대면 어쩌다 찾아가도 골목골목 꽉꽉 들어찬 음식점 앞은 줄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소란스럽다.
서울 안의 먹자 골목이 대부분 그러하듯. 프랜차이즈가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오랜 기간 내공을 다지며 자리를 지키는 터줏대감들도 맛 족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근의 주머니 가벼운 샐러리맨과 서울교육대 학생. 법원의 법조인 등 각계각층의 입맛에 맞추다보니 적당한 가격과 맛·분위기를 겸비한 맛집이 강세다.
‘다동 우동’은 2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먹자골목 터줏대감이다. 분식집이 뭐 별거 있겠냐 싶은 이도 있겠지만 구청장상을 받을 만큼 이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맛집. 무엇보다 메밀국수가 유명하다.
찰지면서도 똑똑 끊어지는 면발과 멸치와 다시마·생강으로 우린 진한 육수가 어우러져 달큰하면서도 담백하다. 김밥과 유부초밥을 함께 내 주는 냄비우동 정식. 미니 우동을 함께 주는 생선가스 정식은 푸진 한 끼 식사를 누릴 수 있다. 맛 또한 훌륭하다.
모든 면은 직접 뽑는 게 기본이요. 생선가스의 튀김가루도 직접 만들 정도로 모든 음식에 정성이 가득하다. 주방 바닥에 앉아 음식을 먹어도 좋을 만큼 깔끔한 위생상태도 맛을 더한다. 메밀국수 6000원. 냄비우동 정식 5000원. 생선가스 7000원.
‘풍년서서갈비’는 달콤한 간장 양념의 갈비와 석쇠에 구워먹는 쇠고기 불고기가 대표 메뉴. 서비스로 내주는 김치국도 입맛을 돋운다. 몇 년 전에는 의자없이 ‘서서’ 연탄불에 고기를 굽던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의자가 놓이고 연탄 대신 가스불이 들어왔다.
연탄가스와 체력 고갈을 호소하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였다. 변화 속에 고집스레 지켜가는 드럼통 테이블과 석쇠에 구워먹는 변함없는 고기맛에 단골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갈비도 갈비지만 소고기무국 맛이 ‘명품’이다. 양지와 무를 넣어 국물을 내 시원하고 깊이가 있다. 등심불고기(200g) 1만 5000원. 소갈비(250g. 2대) 2만 5000원.
한 가지 메뉴만으로 단골 손님 입맛 사로잡는 등심전문점 ‘대흥정’도 있다. 손님이 들어서면 주문도 받지 않는다. 별말이 없으면 사람 수대로 생등심을 내온다. 반찬도 배추 김칟총각 김칟무채 무침이 전부. 박한 인심에 오가다 들어선 사람이라면 주문을 취소하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법도 하다.
하지만 고기가 나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참숯 위에서 구워먹는 A+급 생등심은 부드러운 식감과 풍성한 육즙으로 마음을 흡족케 한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무채 무침 한 입이면 기름진 뒷맛도 상큼해 진다. 깔끔한 분위기에 최상급 한우 생등심(170g)을 2만 6000원에 맛볼 수 있어 접대 장소로도 좋다. 유일한 식사 메뉴로 된장찌개(5000원)와 공기밥(1000원)이 있다.
좋은 한방 재료를 넣어 맛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삼계탕 전문점 ‘장수한방 삼계탕’. 인삼·녹각·당귀·영지버섯 등 30가지 종류의 한약재를 넣어 약 10시간 동안 고아내는 육수가 맛의 비결이다. 쫄깃한 육질과 진한 맛을 내기 위해 반드시 35일된 500g의 영계를 사용한다.
약재 때문에 은은한 한약 냄새가 나지만 국물은 담백하다. 기름기를 쏙 뺀 훈제 오리로스도 저녁 안주로 인기 메뉴다. 한방 삼계탕 1만 1000원. 오리로스 2만 8000원. 훈제로스 3만 2000원.
백혜선 기자 [s10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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