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 덕분에 보양식의 계절도 일찍 시작됐다. 소문난 보양전문점들은 벌써부터 만석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낮 땡볕에 굴하지 않을 든든한 체력이 필요한 지금, 보양 지도 한 장 들고 맛집 탐험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밥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몸에 좋은 음식 한끼는 활력 충전하기에 충분하다. 7월 와이드 기획은 ‘내 몸이 원하는 그곳, 보양지도’ 시리즈다.
남한산성 두배 즐기기
등산과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남한산성은 사시사철 나들이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전란 때 왕이 피신했던 ‘행궁’(별궁) 아래 산성로터리(종이 있었다고 해서 ‘종로거리’라고도 한다) 주변 토속 음식촌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수도권 대표 보양 명소.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보양 닭 요리나 산성주먹두부, 산채정식 등을 판매한다. 메뉴와 재료는 비슷하지만 조금씩 조리방법을 달리하기 때문에 맛이 천차만별이다.
주차: 남문주차장, 로터리주차장, 중앙주차장 등 남한산성도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유료 주차장 이용(1일 1000원, 주차권 하나로 각 주차장간 왕복 이용 가능). 일부 음식점에는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 8호선 산성역 이용, 9번 버스 타고 남한산성 종점(산성로터리) 하차.
승용차 | 진입로가 사방에 있다. 서울(성남) 나들이객들은 주로 남문 방향으로 진입해 동문으로 나오는 코스를 이용한다. 남문 방향 이용시 송파대로 따라 직진, 복정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남한산성 길(지방도 342호선) 따라 직진. 문의: 남한산성관리사무소 (031)743-6610 www.namhansansung.or.kr 산채정식-반월정 115년 된 옛날 가옥 사랑방에 앉아 나물 반찬 가득한 웰빙밥상으로 한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다. 나무 아래 소담스럽게 가꿔놓은 꽃밭이며 부뚜막 있는 부엌, 가마솥이 놓인 마당 풍경은 외가에 온 듯 그저 정겹기만 하다. 방문 활짝 열고 녹음 짙어가는 먼 산 바라보며 먹는 산채정식(2인 3만6000원)은 그래서 맛보다 분위기에 먼저 취한다.
이 집은 밥맛 좋기로 소문난 집. ‘가마솥 밥 짓기의 달인’으로 통하는 ‘경순 엄마’가 매일 아침 마당에 있는 가마솥에 100인분의 밥을 짓는다. 윤기 좔좔 흐르는 밥에 미나리, 치커리, 쑥갓, 고춧잎, 두릅, 참나물, 머위잎, 고들빼기 등 계절 나물 반찬만 12가지가 상에 오른다. 여기에 숯향 은은하게 밴 불고기, 간 짭짤한 조기, 땅 속에서 꺼낸 묵은 김장김치는 집에서 먹는 밥처럼 그저 편안한 맛이다. 별다를 것 없는 재료와 달리 숨이 살아있는 듯한 나물 맛의 비결은 다름아닌 정성에 있다. 10년 넘게 주방에서 한 가족처럼 지내온 ‘손맛 좋은 엄마’들이 도라지 하나도 일일이 손으로 껍질을 벗겨 무쳐낸다. 된장, 고추장, 간장도 모두 직접 담가 쓴다.
13개 사랑방과 60여명 수용 가능한 큰 방이 있어 가족 모임 하기에도 좋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명절휴무). 주차가능. 문의 (031)743-6562
오골계한방백숙-산성별장 산성별장은 문 연 지 27년 된 곳으로 전통만큼이나 단골층 탄탄하다. 차양 드리워진 넓은 야외테이블에 앉아 물 소리 들으며 보양식다운 보양식을 맛볼 수 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 모든 음식 조리시 남한산성 약수를 사용한다.
오골계한방백숙에서부터 엄나무백숙, 가시오가피백숙, 옻나무백숙(모두 4만5000원)까지 백숙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오골계한방백숙(4만5000원). 엄나무, 가시오가피, 인삼, 대추, 마늘, 율무, 밤, 녹각, 황기, 천궁, 당귀, 오미자 등을 넣고 2시간 끓인 육수에 오골계 넣고 다시 압력솥에 45분간 끓여낸 오골계한방백숙은 들인 정성만큼이나 진국이다.
‘백숙’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죽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고기와 국물을 다 먹고 난 뒤 1인용 그릇에 죽이 나온다. 구수한 청국장찌개에 산성두부, 파전, 도토리묵, 생선구이 등이 푸짐하게 나오는 산채한정식(1인 1만3000원, 2인 이상 주문 가능)도 인기 메뉴다. 단, 활동무대(?)에 비해 일하는 직원이 적어 두어 번 이상 ‘애타게’ 주문을 넣어야 한번 ‘반응’이 온다. 인내심 부족한 사람이라면 조리 시간이 긴 백숙류는 예약 필수.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9시30분(연중무휴). 주차가능. 문의 (031)743-5399
황토오리진흙구이-함지박 ‘남한산성 맛집’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 500여 평 규모의 공간엔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꾸며놓아 가족을 동반한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
야심작은 황토오리진흙구이. 남한산성 명소 중 하나인 지수당이 한 눈에 내다 보이는 자리에 앉아 황토오리진흙구이(2~3인분 4만5000원)를 맛볼 수 있다.
황토토기에 담아 450℃ 전용 구이기계에 약 40분 초벌구이 후 다시 3시간 동안 구워낸 황토오리진흙구이는 기름기 쫙 빠져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다. 여기에 고구마, 찹쌀, 흑미, 달걀, 검은콩, 잣, 해바라기씨, 호박씨, 대추, 은행 등 몸에 좋은 12가지 재료를 온몸에 품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엄나무백숙(4만원), 오리도가니탕(4만원), 토종닭백숙(3만5000원)를 주문해도 후회 없다. 주인은 “이곳은 1급수 청정무공해지역으로 밤이면 주변에서 반딧불이도 관찰할 수 있다”고 슬쩍 귀띔한다. 매장 안에는 아담한 약수터도 있다. 식후 디저트 대신 약수 한잔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명절휴무). 주차가능. 문의 (031)744-7462
주먹두부&두부전골-오복손두부 창업주 고(故) 오창순씨가 지금으로부터 71년 전인 16살 소녀시절, 남한산성 행인들에게 손두부를 조금씩 만들어 판 것을 시작으로 반세기 넘도록 3대에 걸쳐 손맛을 이어가고 있는 집. 이미 1980년 말 교통방송에 소개된 후 남한산성 유적지만큼이나 명소가 된 곳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100% 핸드 메이드로 만든다는 원칙을 깐깐하게 지켜가고 있다. 이른 아침 가면 가마솥에 두부를 끓이는 것에서부터 응고된 두부를 면 보자기에 일일이 싸는 것까지 구경해 볼 수 있다. “면 보자기에 쌓기 작업만 4~5번 한다”는 게 3대 곽충환씨의 설명. “덕분에 35년 간 두부를 만들어온 어머니(박명자씨)는 손가락 관절이 다 상했다”고.
정성뿐 아니라 재료 선택도 변함없는 맛의 비결. 국산 콩에 안면도 꽃지 염전 간수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인기 메뉴인 두부전골(2~3인분 1만5000원, 3~4인분 2만원)에 들어가는 사골육수 간은 소래포구에서 직접 사온 새우젓만을 고집한다.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할 것은 주먹두부(6000원)다. 양념간장에 살짝 찍어먹는 주먹두부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주먹두부에 순두부, 직접 만든 만두와 수제비, 묵은 김장김치 등을 넣어 시원하게 끓여내는 두부전골은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 더욱 깔끔하다.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연중무휴). 따로 주차장은 없다. 바로 앞 남한산성 유료주차장 이용시 지불한 1000원을 음식값에서 빼준다. 문의 (031)746-3567
오리훈제와 들깨수제비-순흥회관
오리훈제와 들깨수제비를 묶어 놓은 알찬 메뉴 구성으로 발길 모으는 곳. 오리훈제와 들깨수제비 세트(2인 3만원)을 주문하면 오리훈제 반 마리와 뚝배기에 따끈따끈한 들깨수제비를 담아 내온다.
오리훈제는 반 마리라고 해도 양이 어쩐지 섭섭지 않다. 오리훈제 반 마리는 찐 것과 그릴에 구운 것이 반반씩 섞여 나오는데 찐 것은 훈제 향이 살아있어 담백하고 그릴에 구운 것은 고소해 아이들도 잘 먹는다.
세트의 하이라이트는 오리훈제가 아닌 들깨수제비. 걸쭉하지 않고 묽게 끓여낸 들깨수제비는 들깨 특유의 느끼함과 텁텁함은 죽이고 고소한 맛만 살려내 맛이 깔끔하다. 통녹두를 넣은 녹두도가니탕(도가니 용기에 넣어 끓인 닭백숙, 3~4인분 4만원)이나 “원하는 만큼 옻의 강도를 조절해준다”는 옻닭(3~4인분 4만5000원)을 찾는 단골도 많다.
나란히 있는 ‘사람과 산’ 카페는 전남 장성 차 농장에서 가져온 차를 끓여낸다. 산머루차(6000원), 석류차(6000원), 솔잎차(6000원), 십전대보차(8000원), 수삼생즙(9000원) 등이 먹을 만하다.
영업시간 오전 9시~자정(카페는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연중무휴). 주차가능. 문의 (031)746-1488
복분자주스-카페 숲속으로 차 한 잔, 음료수 한 잔이라도 몸을 생각하고 싶다면 카페 ‘숲속으로’로 가보자.
철학관과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곳이지만 굳이 사주를 보지 않더라도 예쁘게 꾸며놓은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음료 한잔 하기 좋다. 인기 음료는 무섭도록 시뻘건 색의 복분자주스(5000원). 전북 정읍에 있는 주인의 친정부모가 직접 재배한 복분자를 공수해와 갈아낸 복분자주스는 떫지 않고 시원하면서 달콤하기까지 해 여성들이 좋아한다. 카페에선 복분자원액도 판매한다(1kg 1만원). “복분자 원액과 설탕을 1:1 비율로 섞어 2달 정도 발효시킨 후 원액에 물 5배를 섞어 주스로 마시면 신장기능이 좋아진다”고 주인은 설명한다.
경동시장에서 한약재 사다가 분량까지 정확하게 맞춰 하루 종일 끓여내는 쌍화차(5000원)도 인기 메뉴. 전반적으로 인근 카페에 비해 음료 가격이 착하다. 팥빙수 5000원, 생과일주스 4000원, 각종 차 4000~5000원. 사주(3만원부터)를 보면 음료 무료 제공.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9시(연중무휴). 주차가능. 문의 (031)746-8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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