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병 키우면 돌연사 위험
2000년 4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임수혁 선수가 2루에서 쓰러졌다. 처음엔 뜨거운 봄볕에 가벼운 열사병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됐지만, 이 달로 꼭 7년째 그는 식물인간으로 누운 채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이었다.
인체의 메트로놈인 심장. 명장이 빚어놓은 초침처럼 절대 어긋나지 않을 것 같은 심장도 가끔 엇박자를 뛴다. 이러한 증상을 통칭하는 이름이 바로 부정맥이다. 많은 부정맥 환자들은 그러나 임 선수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을 걱정하라는 의료진의 경고를 듣지 않는다. 돌연사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치료 없이 살던 데로 생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이름의 진단을 받고도 어째서 결과는 천양지차일까. 이는 부정맥이 너무나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부정맥과 그렇지 않은 부정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심실 조기수축 가장 위험
부정맥은 절대 명칭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질병이다. 어떤 이들은 부정맥으로 죽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마라톤을 완주하기도 하는 등 증상의 경중이 하늘과 땅 차이인 이유다.
부정맥의 종류는 20여 가지가 넘는다. 2심방 2심실로 이뤄진 심장의 어떤 곳에서 부정맥의 원인이 시작됐는지, 혹은 맥이 정상보다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그 이름과 증상의 경중이 나뉜다.
김수종 경희의료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분에 60~100회까지 뛰는 맥박이 부정기적으로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정의한다”며 “1차적 원인은 맥박을 일으키는 심장의 전기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 외 원인이 너무나 많아서 환자의 증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정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정맥은 크게 맥이 빨리 뛰는 빈맥(頻脈)과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으로 나뉜다. 그리고 다시 심방(心房)에서, 혹은 심실(心室)에서 발병했는지에 따라 다시 분류된다.
가장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심실 조기수축과 같은 심실 빈맥이다. 말 그대로 심실에서 근육의 수축이 빠르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30초 이상 지속적으로 증상을 보이면 방치할 경우 곧이어 심실세동(心室細動)으로 발전, 환자가 사망하는 대단히 위험한 증상이다.
김병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젊은 층에 많이 나타나는 심실빈맥이 심방빈맥보다 증상이 더욱 급박한 경우가 많다” 며 “길을 걷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와 돌연사하는 부정맥환자의 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심방과 심실 접합부에서 시작되는 빈맥도 심실빈맥만큼은 아니지만 위험하다. 다른 부정맥에 비해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두드러지는데 대퇴부와 쇄골 등을 통해 심장으로 침을 넣어 어떤 전기적 신호(맥을 만드는 원동력)에 이상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검사를 거쳐 약 처방 및 치료가 진행된다.
이밖에 심방과 심실의 전기적 신호 전달이 끊겨 맥이 느려지는 서맥 중 상태가 심각한 3도 방실(房室)차단 부정맥도 분당 맥이 30~40회에 그치기 때문에 증상이 발견되면 인공 심박동기 등을 체내에 집어넣는 강도 높은 치료가 진행된다.
부정맥이지만 긴급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병진 교수는 “심실빈맥과 달리 심방 조기수축, 1도 방실차단 등 생명유지와 크게 상관없는 부정맥은 꼭 치료를 요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치료를 할지 단순 관찰을 할지는 전문의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약제처방보다 적극적 치료가 대세
부정맥의 공통적인 증상은 어지러움, 호흡곤란, 흉통(胸痛), 피로감 등이다. 하지만 이정도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와 ‘부정맥을 치료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부정맥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많은 환자는 자신이 부정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심각한 심장쇼크를 경험하기 전까지 별 증상이 없어서 병을 키우는 인구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부정맥이 의심되면 환자는 우선 하루 동안 맥의 변화를 체크하는 24시간 심전도 검사, 운동부하 검사 등을 받는다. 하지만 부정맥은 환자의 컨디션 상태에 따라 나타나거나 잠복할 수 있어서 1회 진단으로 경중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김병진 교수는 “일단 의료진에 의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 없는 부정맥으로 판단되면 환자에게 1~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받게 하고 귀가 시킨다”며 “치료가 필요한 부정맥의 경우 약제처방과 심장페이스 메이커 시술 등이 시행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약제처방보다는 심장의 이상부위를 치료하거나 전기자극을 정기적으로 주는 기구를 삽입하는 시술이 더 권장된다. 약은 한 번 먹으면 고혈압 약처럼 평생 복용해야 하고 여성의 임신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있다.
?微≠렝?심장 마사지법 익혀야
부정맥의 진단을 받는다고 굳이 ‘금욕’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몇몇 증상이 심각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적당한 운동과 성생활, 심하지 않은 정도의 취미생활은 괜찮다는 뜻이다.
김수종 교수는 “의료진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부정맥으로 진단을 했다면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병진 교수도 “부정맥 환자라도 걷기 등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만사 여유롭게 생활할 필요가 있다” 고 덧붙였다.
다만 부정맥 관리에 실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급사(急死)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어서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또 환자가족은 응급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심장마사지법을 숙지해야 한다.
<부정맥이란>
심장의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혹은 불규칙하게 뛰는 현상을 통칭한다. 심장내 맥이 시작되는 동방결절에서 형성되는 전기적 신호에 이상이 있거나 유전적인 이유로 심장 이상이 있을 때 일어난다. 비정상적(정상 범위는 1분에 60~100회) 맥이 계속되면 가슴이 심하게 뛰고 어지럼증을 느끼며 심하면 실신하는데, 이때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즉시 이송해야 한다.
<부정맥 환자의 생활수칙>
-. 자신의 부정맥에 대해서 정확히 안다.
-. 사회생활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술, 담배를 줄이고 격한 운동을 조심한다.
-. 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생활이 위축될 정도로 소심해지지는 말자.
-. 주변에 자신의 병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 증상이 약한 부정맥이라도 반드시 정기검진을 챙긴다.
-. 환자 가족은 응급상황을 대비해 심장마사지를 익힌다. 심장이상 후 3분이 생사를 가른다.
도움말ㆍ경희의료원 순환기내과,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2000년 4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임수혁 선수가 2루에서 쓰러졌다. 처음엔 뜨거운 봄볕에 가벼운 열사병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됐지만, 이 달로 꼭 7년째 그는 식물인간으로 누운 채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이었다.
인체의 메트로놈인 심장. 명장이 빚어놓은 초침처럼 절대 어긋나지 않을 것 같은 심장도 가끔 엇박자를 뛴다. 이러한 증상을 통칭하는 이름이 바로 부정맥이다. 많은 부정맥 환자들은 그러나 임 선수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을 걱정하라는 의료진의 경고를 듣지 않는다. 돌연사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치료 없이 살던 데로 생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이름의 진단을 받고도 어째서 결과는 천양지차일까. 이는 부정맥이 너무나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부정맥과 그렇지 않은 부정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심실 조기수축 가장 위험
부정맥은 절대 명칭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질병이다. 어떤 이들은 부정맥으로 죽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마라톤을 완주하기도 하는 등 증상의 경중이 하늘과 땅 차이인 이유다.
부정맥의 종류는 20여 가지가 넘는다. 2심방 2심실로 이뤄진 심장의 어떤 곳에서 부정맥의 원인이 시작됐는지, 혹은 맥이 정상보다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그 이름과 증상의 경중이 나뉜다.
김수종 경희의료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분에 60~100회까지 뛰는 맥박이 부정기적으로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정의한다”며 “1차적 원인은 맥박을 일으키는 심장의 전기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 외 원인이 너무나 많아서 환자의 증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정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정맥은 크게 맥이 빨리 뛰는 빈맥(頻脈)과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으로 나뉜다. 그리고 다시 심방(心房)에서, 혹은 심실(心室)에서 발병했는지에 따라 다시 분류된다.
가장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심실 조기수축과 같은 심실 빈맥이다. 말 그대로 심실에서 근육의 수축이 빠르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30초 이상 지속적으로 증상을 보이면 방치할 경우 곧이어 심실세동(心室細動)으로 발전, 환자가 사망하는 대단히 위험한 증상이다.
김병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젊은 층에 많이 나타나는 심실빈맥이 심방빈맥보다 증상이 더욱 급박한 경우가 많다” 며 “길을 걷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와 돌연사하는 부정맥환자의 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심방과 심실 접합부에서 시작되는 빈맥도 심실빈맥만큼은 아니지만 위험하다. 다른 부정맥에 비해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두드러지는데 대퇴부와 쇄골 등을 통해 심장으로 침을 넣어 어떤 전기적 신호(맥을 만드는 원동력)에 이상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검사를 거쳐 약 처방 및 치료가 진행된다.
이밖에 심방과 심실의 전기적 신호 전달이 끊겨 맥이 느려지는 서맥 중 상태가 심각한 3도 방실(房室)차단 부정맥도 분당 맥이 30~40회에 그치기 때문에 증상이 발견되면 인공 심박동기 등을 체내에 집어넣는 강도 높은 치료가 진행된다.
부정맥이지만 긴급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병진 교수는 “심실빈맥과 달리 심방 조기수축, 1도 방실차단 등 생명유지와 크게 상관없는 부정맥은 꼭 치료를 요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치료를 할지 단순 관찰을 할지는 전문의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약제처방보다 적극적 치료가 대세
부정맥의 공통적인 증상은 어지러움, 호흡곤란, 흉통(胸痛), 피로감 등이다. 하지만 이정도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와 ‘부정맥을 치료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부정맥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많은 환자는 자신이 부정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심각한 심장쇼크를 경험하기 전까지 별 증상이 없어서 병을 키우는 인구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부정맥이 의심되면 환자는 우선 하루 동안 맥의 변화를 체크하는 24시간 심전도 검사, 운동부하 검사 등을 받는다. 하지만 부정맥은 환자의 컨디션 상태에 따라 나타나거나 잠복할 수 있어서 1회 진단으로 경중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김병진 교수는 “일단 의료진에 의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 없는 부정맥으로 판단되면 환자에게 1~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받게 하고 귀가 시킨다”며 “치료가 필요한 부정맥의 경우 약제처방과 심장페이스 메이커 시술 등이 시행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약제처방보다는 심장의 이상부위를 치료하거나 전기자극을 정기적으로 주는 기구를 삽입하는 시술이 더 권장된다. 약은 한 번 먹으면 고혈압 약처럼 평생 복용해야 하고 여성의 임신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있다.
?微≠렝?심장 마사지법 익혀야
부정맥의 진단을 받는다고 굳이 ‘금욕’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몇몇 증상이 심각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적당한 운동과 성생활, 심하지 않은 정도의 취미생활은 괜찮다는 뜻이다.
김수종 교수는 “의료진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부정맥으로 진단을 했다면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병진 교수도 “부정맥 환자라도 걷기 등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만사 여유롭게 생활할 필요가 있다” 고 덧붙였다.
다만 부정맥 관리에 실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급사(急死)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어서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또 환자가족은 응급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심장마사지법을 숙지해야 한다.
<부정맥이란>
심장의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혹은 불규칙하게 뛰는 현상을 통칭한다. 심장내 맥이 시작되는 동방결절에서 형성되는 전기적 신호에 이상이 있거나 유전적인 이유로 심장 이상이 있을 때 일어난다. 비정상적(정상 범위는 1분에 60~100회) 맥이 계속되면 가슴이 심하게 뛰고 어지럼증을 느끼며 심하면 실신하는데, 이때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즉시 이송해야 한다.
<부정맥 환자의 생활수칙>
-. 자신의 부정맥에 대해서 정확히 안다.
-. 사회생활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술, 담배를 줄이고 격한 운동을 조심한다.
-. 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생활이 위축될 정도로 소심해지지는 말자.
-. 주변에 자신의 병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 증상이 약한 부정맥이라도 반드시 정기검진을 챙긴다.
-. 환자 가족은 응급상황을 대비해 심장마사지를 익힌다. 심장이상 후 3분이 생사를 가른다.
도움말ㆍ경희의료원 순환기내과,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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