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아찌 세계에 빠져봅시다. 한여름에 물 말아서 장아찌 하나면 쫄깃한 맛에 한 그릇 금방이지요. 일반 농산물로 이렇게 많이 차릴 수 있습니다. |
ⓒ2005 김규환 |
그 이전에 고려시대로 가면 아무 양념이나 향을 더하지 않고 맨 소금물에 절여서 저장해둔 김치가 있다. 이 김치가 바로 요즘 단무지에 가까웠다. 때로 사극(史劇)을 찬찬히 보면 임진왜란 이전에도 붉은 김치가 나오는데 이는 명백히 소품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연출자의 잘못이다.
▲ 장아찌의 대명사 들깻잎. 된장박이 그대로가 소금물에 절여 다시 양념해서 나온 것보다 훨씬 진한 맛이 납니다. 콩잎도 훌륭한 장아찌가 됩니다. |
ⓒ2005 김규환 |
입맛이 없을 때나 반찬을 마련하기 힘들 때 장독대에서 꺼내 다소 짭짤한 맛에 몇 점 주워 먹으면 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내는 우리네 밥상에서 빠트릴 수 없는 귀한 존재다. 젓갈도 이와 유사하나 주로 생선이었던 반면 장아찌는 농산물, 산나물이었다는 점에서 김치 원조로서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 분주한 <순창민속마을> 감장아찌인데 소금에 절여 떫은 맛을 없애고 얇게 잘라서 다시 양념을 하거나 고추장에 박아두면 맛있는 감장아찌가 됩니다. 여러 열매나 뿌리가 활용될 소지가 많습니다. |
ⓒ2005 김규환 |
냉장고가 없던 시절엔 저장하는 최선의 방법은, 따뜻한 남부지방이나 겨울이 1년 중 절반 이상인 북부 산악지대이나 짜면 짤수록 좋았다. 군내가 나지 않으면서 원형 그대로 맛을 유지하는 게 쉽겠는가마는 대체 수단이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소금을 듬뿍 뿌려 땅에 묻어야만 했던 것이다.
▲ <2003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곰취나물장아찌입니다. 곰취로도 장아찌를 만든다는 것인데 10월 중순에도 곰취가 이렇게 부드럽기도 하거니와 봄 향기가 아직 가시지 않아 무척 입이 즐거워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를 얻었습니다. |
ⓒ2005 김규환 |
말려두기도 하고, 얼려도 놓지만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눈밭 냉이와 봄동, 시금치를 먹기 시작한 게 엊그제인데 6월을 며칠 앞둔 이 시점에서 엄나무싹, 오가피싹, 옻순, 땅두릅, 두릅 철이 지나고 이제 막 죽순, 곰취, 참나물을 먹어보려는데 철이 지났다고 내 곁을 떠나가니 이 무성한 세상에서 이제 봄 향기를 맛볼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 등장한 여러가지 버섯 장아찌. 표고버섯, 양송이, 팽이버섯, 느타리버섯이 씹혔답니다. |
ⓒ2005 김규환 |
고통은 스트레스다. 현대의학에서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장수비결이라 했는데 마침 장수촌인 순창, 담양, 곡성, 구례와 남성장수촌인 인제군을 다녀보니 스트레스가 없는 오지인데다 웬만하면 장아찌로 먹는 습성이 있더라.
▲ 곰취와 참나물을 약한 소금물에 며칠 절여뒀다가 냉장고로 들어갔습니다. 며칠 있으면 고기에 싸먹어도 되겠지요. |
ⓒ2005 김규환 |
내 첫 번째 간택을 받은 나물은 두릅이다. 엄지손가락만할 때 먹는 게 부드러워 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최고지만 향에서는 다소 핀 듯하고 가시가 곳곳에 붙어 따기조차 불편한 20cm에 육박하는 것이다.
그냥 생으로 넣기도 하고 데친 뒤 살짝 말려서 넣어뒀다. 시원하고 깔끔하면서 두릅보다 조금 더 쓴 맛이 나는 개두릅-엄나무싹도 넣었다. 오갈피와 가죽나물도 빠트리지 않았다. 옻순마저 넣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더덕도 절간에서 하던 대로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장독에 빠트렸다. 당귀 잎도 들어갔다. 그 다음에 올 최고로 보배로운 두 친구가 있다. 다름 아닌 곰취와 참나물이다. 두 녀석을 만나러 두 번 다녀온 사이 집안 냉장고가 가득 차서 이 사람 저 사람 나눠주는 것도 일이었고 된장도 바닥을 드러냈다. 부랴부랴 장모님께 된장 한 통, 누나네에서 된장 한 통을 공수 받아 작업에 들어갔다.
▲ 장아찌의 기본은 된장입니다. 2~3년 묵은 된장에 그냥 넣어두기만 하면 훌륭한 반찬이 됩니다. 다소 억센 산나물을 모두 집어 넣었습니다. |
ⓒ2005 김규환 |
첫째, 수확이 많지 않아 시장 형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고 둘째는 채취 시기가 단 며칠로 짧은 게 흠이고 셋째는 보관이 용이치 않음이요, 넷째는 쌈으로 싸거나 삶아서 나물로 먹거나 어린 순을 생으로 무쳐 먹는 것 외엔 조리법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곰취와 참나물을 아직 나눠 먹고 시험 재배하는 기간이므로 며칠간 방치하다 보면 애써 뜯어온 나물이 썩어가는 참담한 상황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다. 큰 김치 통으로 된장 2통, 고추장 1통과 소금물에 쓰린 마음을 달래며 넣어야 했다. 두고두고 먹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김치를 담가 먹는 것보다 수월하니 마음이 바빠지는 요즘 가장 간단한 방법 아니겠는가.
▲ 고추장도 뺄 수 없는 장아찌 재료지요. 실험삼아 더덕 싹도 한번 넣어보았답니다. 어떻게 될까요? |
ⓒ2005 김규환 |
장아찌의 장점이 무언가. 바로 농사 소득을 높이는 한 방안이라는 점이다. 오래 변치 않아 유통에도 용이하니 뭘 더 바랄까. 거칠게 씹히는 자연의 선물이야말로 건강식이요, 참살이에 가장 가까운 음식이다. 진정한 웰빙은 주거환경과 음식, 의복에 노동 강도, 정신적 여유가 충만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쉽지 않은 삶이다.
▲ 된장, 고추장도 이런 집에서 묵히면 다른 맛이 나듯 영양과 발효에도 최적의 조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보다 '장독대에서 인심난다'가 맞는 듯합니다. <산채원>에 장독대도 어엿한 주인으로 융숭한 대접을 할 생각입니다. |
ⓒ2005 김규환 |
내 손에선 된장 냄새와 나물 향기가 버무려져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지만 꺼내 먹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과연 장아찌는 몇 가지나 될까? 내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 이런 장아찌를 보면 침이 꼴깍꼴깍 넘어갑니다. 밥 한 그릇 주세요. 장아찌 축제를 벌여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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