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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선사한 ‘초록 보약’남국 청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14. 00:36

6월이 선사한 ‘초록 보약’남국 청매



남국의 봄은 흥분덩어리였다. 만개한 매화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계곡과 들판을 지나 도시로 날아들자 섬진강 지리산 화개장터 일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제 그 봄날은 갔다. 화려했던 청매화, 홍매화 꽃잎들은 바람비에 날려 흙에 묻혔으며 6월의 섬진강변에는 푸른 매실 수확이 한창이다.

매실은 매화나무 과실이다. 과일이라 해서 한 입 덥석 깨물었다가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수가 있다. 공포의 신맛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실은 생식을 못하고 가공해서 먹어야 한다.

매실이 완전히 익으려면 7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성숙한 매실과 6월의 매실은 그 이름부터 다르다. 노랗게 성숙한 매실은 황매라 부르고 6월 초에 수확한 매실은 청매라 한다. 그리고 별 일이 없는 한 매실 수확은 6월 초에 이뤄진다. 매실의 과중, 과육률, 당도 등 과실로서 영양가가 지금이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매실은 영양가도 떨어지고 흐물흐물해서 가공도 어렵다. 그러나 황매가 무용지물인 것은 아니다. 매실식초나 술을 만들 때는 오히려 황매가 더 좋은 재료가 될 수도 있다.

매실은 주로 가공되기 전의 청매, 한약재로 쓰이는 온매(짚불로 그을림), 식용으로 쓰이는 백매(소금에 절임)로 불린다. 매실장아찌, 오매냉차, 매실사과주스, 매실냉녹차, 매실미숫가루, 매실주스, 알로에매실차, 매실키위펀치, 매실레몬에이드, 매실칵테일, 매실과일화채, 매실미삼차, 매실생강차, 매실계피차, 매실잼, 매실고추장, 매실된장, 매실씨앗베개…. 매실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끝이 없으며, 버릴 것도 하나 없다.

매실은 인터넷으로, 시장에서, 아파트부녀회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매실의 구입 단위는 10㎏이다. 그래야 매실 원액을 만들 수 있고, 그 원액으로 위에 열거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청매의 가공은 다음과 같이 한다.

①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준다. ②우리 전통 옹기나 입구가 널찍한 통에 매실을 넣고 설탕을 10~15㎏ 뿌린다. 이때 설탕까지의 높이는 옹기나 통의 3분의 2 정도가 적당하다. ③뚜껑을 덮어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둔다. 옹기인 경우 고무줄로 단단히 여며서 덮어야 벌레를 막을 수 있고, 유리통인 경우 통기성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④1주일 후 뚜껑을 열고 설탕을 잘 저어준다. 그리고 또 다시 1주일 단위로 2~3회 더 저어주고, 바닥에 설탕이 없어지면 일단 원액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으로 술을 담그려면 밀봉 상태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난 뒤 사용해야 한다. 엑기스로 만들어 매실차 등 각종 요리에 이용하려면 달포에서 석 달 정도 지난 뒤 개봉하여 매실 열매와 이물질들을 깨끗이 걸러낸 뒤 필요할 때마다 적당량씩 사용하면 된다. 주말에 엑기스 작업을 한다면 7월 말 폭염이 시작될 무렵 이용할 수 있는데, 물과 매실 엑기스를 5대 1 정도로 섞어 마시면 매실의 알칼리 성분이 우리 몸을 가볍게 해준다.

매실 음식의 대표인 매실장아찌는 다음과 같이 만든다. ①깨끗이 씻은 매실 10㎏의 물기를 쏙 뺀다. ②소금 1과 2분의 1 컵을 골고루 뿌려 20시간 정도 재운다. ③절여진 매실을 체에 받쳐 소금기를 뺀 다음 선선한 곳에 7일 정도 말린다. ④꾸덕꾸덕해진 매실과 솔잎 작은 것 세 개 정도와 1대 1 소금물 2컵을 부어 선선한 곳에 한 달 정도 재우면 붉은빛의 매실장아찌가 완성된다.

청매 씨앗은 버리지 않는다. 그것들을 잘 모아 한 시간 정도 푹 삶아 수세미 등으로 박박 씻어준 뒤 깨끗이 헹궈 따가운 볕에 이틀 정도 말리고, 또 씻어서 말리는 작업을 매실 씨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 때까지 반복한다. 씨앗의 속까지 바짝 말랐다고 생각되면 베개 속으로 이용하면 된다. 이때 씨앗의 뾰족한 부분이 베개 커버를 뚫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질긴 면을 사용하는 게 좋다. 매실씨앗베개는 숙면과 편두통 조절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칼리 식품인 매실은 구연산과 사과산이 풍부해서 스트레스, 피로해소에 좋고 특유의 신맛이 소화기에 작용, 원활한 소화기능과 위장장애 극복을 돕는다. 꾸준히 먹으면 우리 몸의 산성화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몸은 약알칼리에 가까워지게 된다. 피루부산은 간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피크린산은 해독작용이 뛰어나 우리 몸을 정화시켜 준다. 카테킨산은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 변비 치료에 도움이 되며, 포도의 2배, 멜론의 4배에 이르는 칼슘은 폐경기 여성의 건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선비, 회춘, 고결, 기품의 의미를 가진 매화나무 열매인 매실은 섬진강 일대의 하동, 광양 등에 있는 전문 농원 여행을 통해 더 깊은 맛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실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주는 데 일조한 농업문화인 가운데 한 사람인 홍쌍리씨의 청매실농원(061-772-4066, 전남 광양시 다압면)에 가면 수백 개의 매실항아리가 펼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먹점골매실농장(055-884-4656, 경남 하동군 하동읍), 초록매실농장(055-884-0204, 경남 하동군 양보면), 함초롬매실농장(061-772-0689, 전남 광양시 옥곡면) 등도 가 볼만한 매실 농원들이다. 농원을 방문할 때는 전화를 미리 해서 현지 구입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이 일대의 주변 여행지로는 화개장터, 연곡사, 쌍계사, 화엄사, 지리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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