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의 음식이자 때로는 한 끼를 해결해주는 라면과 떡볶이. ‘분식’이라는 이름으로 요리 대접을 못 받았던 이들 음식이 최근 ‘웰빙’을 추구하는 식생활 문화에 따라 무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카놀라유로 튀기거나 복을 넣은 라면, 고기와 야채 등을 듬뿍 넣은 떡볶이 등 정형화된 재료와 요리법을 벗어 던진 음식이 속속 나오는 것이다. 라면과 떡볶이로 대표되는 ‘분식의 반란’을 소개한다.
◇‘라젠’의 치킨커리라면 ◇‘라젠’의 삼선우육 |
면을 기름에 튀겨서 만든 유탕면에 분말 수프를 별첨한 인스턴트 식품 라면은 오랫동안 간단한 끼니의 상징이었다. 이와 함께 생면과 돼지육수를 사용하는 일본 ‘라멘’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한국 라면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요리에 가까운 일본 라멘과 달리 편의성을 중시했던 한국 라면도 최근 면을 차별화시켜 다양한 요리로 변신하고 있다. 수제 라면집 ‘라젠’은 가게에 라면 만드는 기계를 갖추고 매일 카놀라유로 튀긴 라면을 만든다. 면에 강황, 비트, 시금치, 오징어 먹물 등을 첨가하고, 다이어트 식단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기름에 튀기지 않고 스팀에 찐 라면도 있다.
라젠의 강환일 사장은 “일본 라멘이 라면 외식업계를 평정하는 동안 인스턴트 식품으로만 꼬리표가 붙는 한국 라면의 퇴보가 안타까워 한국적 라면이자 요리가 되는 라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복진면’의 복어맑은맛 생면 ◇‘꼬시나’의 해물치즈떡라면 |
라면과의 조합을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메뉴나 국물 맛으로 차별화시킨 집도 있다. 퓨전 라면전문점 ‘맛좀볼래’는 카레라면, 돈까스라면, 돼지불고기 비빔면, 반합 떡라면, 세숫대야 라면 등 밥 못지않은 식사가 될 수 있는 라면 30여가지를 판매한다. 소스와 수프는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틈새 라면’은 매운맛을 브랜드화시켰다.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매운맛을 내고 계란, 떡 등 고명을 올린 ‘빨계떡’과 매운탕 맛이 나는 ‘빨해떡’이 인기 메뉴이다.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식습관을 활용한 찬밥 메뉴를 만들기도 했다. ‘광면’은 26개 봉지라면의 만두, 떡, 치즈, 참치, 콩나물 토핑을 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추가해 먹을 수 있는 메뉴와 사이드 메뉴로 9종류의 꼬마김밥을 제공한다.
◇떡볶이 페스티벌에 출품된 궁중 떡볶이 ◇떡볶이 페스티벌에 출품된 해물 조랭이 떡볶이 |
떡볶이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떡찜’으로 불리며 사랑받던 고급 음식이었다.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떡볶이는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음식으로 변신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떡볶이의 세계화’를 내걸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떡볶이연구소까지 만들어지면서 떡볶이는 세계인의 별미음식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떡볶이 전문점 ‘꼬시나’를 운영하는 세희푸드 한상운 대표는 “떡볶이의 맛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나라별로 좋아하는 질감과 소스를 다르게 개발해 외국인 입맛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떡볶이 요리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떡볶이는 기존의 떡볶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떡을 이용한 고급 요리에 가깝다. 일반부 대상을 받은 ‘복분자 소스와 파슬리 허브오일을 곁들인 떡볶이 샐러드’, 학생부 대상을 차지한 ‘매콤한 토마토 튀김 떡볶이와 두부크로켓에 라코타 치즈소스’ 등이다. 레스토랑의 특별메뉴로도 손색없다는 평가였다.
떡볶이 음식점에서도 다양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퓨전떡 전문점 ‘꼬시나’에서는 만두처럼 떡에 각종 소를 넣어 영양이 풍부한 떡볶이를 판매한다. 다진 고기를 채워 넣은 불고기 떡볶이, 김치와 야채를 채운 김치만두 떡볶이 등이다.
◇‘해피궁’의 명품떡볶이 ◇‘해피궁’의 마늘간장떡볶이 |
일반 떡볶이에 해물이나 육류를 넣어 끓여먹는 ‘떡찜’도 이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이 1만∼2만원대로 분식집 떡볶이보다 비싸지만 해물·고기 등이 포함돼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