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삭제 요청해도 “법 근거 없다” 방치
중국, 대만의 인터넷 사이트에 수만 건의 한국인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대응에 나섰지만 오히려 주민번호 노출 건수가 늘어나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류근찬(국민중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중국과 대만의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 한국인의 주민번호는 각각 7만6427건, 275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출 건수는 지난해 9월 중국이 5만2893건, 대만이 166건인 것과 비교하면 각각 44%와 1557%가 증가한 것이다.
정통부에 따르면 이들 주민번호는 주로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명의를 도용해 가입하거나,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행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통부는 한국인 주민번호 노출이 문제가 되자 외교통상부를 통해 중국과 대만 정부에 지난해와 올해 각각 두 차례씩 문서를 보내 삭제를 공식 요청했지만 노출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정통부는 문서화하지 않은 비공식적 요청 및 협의를 포함하면 3년간 중국 정부에 대해서만 총 7차례에 걸쳐 대책을 요청했지만, 중국 측은 자국 내 근거법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한국 측 요청에 따라 삭제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주민번호 노출 건수는 2006년 9월 166건에서 올해 6월 2751건으로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통부 당국자는 “외교부를 통한 문서 요청 등의 방법으로는 중국 사이트의 주민번호 삭제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노출된 주민번호에 대해선 국내 사이트 가입 여부를 파악한 뒤 이를 해당 가입자에게 직접 확인해 도용 여부를 가리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도용을 확인한 가입자만 최근 25개 사이트에서 1만여 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류 의원은 “이는 민간,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의 유출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인터넷 가입 시 아예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주민번호 대체수단의 확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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