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건강에 나이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사춘기의 상징으로 중·고생들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여드름이 12세 이하 초등학생과 40대 이상 성인에도 빈발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소아 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어른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피부과학회(이사장 김광중·한림대 성심병원 교수)가 5월 피부 건강의 달을 맞아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여드름과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 전국 43개 종합병원을 찾은 13만4077명을 조사한 결과, 여드름은 19∼24세가 31.7%로 가장 많았고 25∼29세(19.5%), 30∼39세(16.8%),13∼18세(14.8%), 40세 이상(12.2%), 12세 이하(4.9%)의 순이었다고 2일 밝혔다.
특이할 만한 점은 12세 이하 초등학생 비율이 전체 여드름 환자 중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연도별 증가율 측면에서 다른 연령대보다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 1996년 2.4%였던 것이 2001년 2.6%, 2006년 7.5%로 10년새 3배 이상 급증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여드름도 1996년 10.1%에서 2001년 12.3%, 2006년 13.0%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세 이상 성인 여드름 환자를 모두 합치면 절반에 가까운 48.5%나 된다. 여드름이 더 이상 '사춘기의 상징'이 아님을 보여주는 셈이다.
한양대병원 노영석 교수는 "12세 이하 초등학생의 여드름이 늘고 있는 것은 초경 연령이 낮아지는 등 어린이의 성장이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며, 40대 이상 중년의 경우는 스트레스 증가 및 피부에 대한 관심 증대가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토피 피부염은 12세 이하 환자가 전체의 54.1%를 차지했지만 30세 이상 장년층도 전체의 13%나 됐다. 25세 이상 성인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20.6%까지 올라갔다. 특히 30대는 1996년 9.8%를 차지했으나 2001년 11.4%, 2006년 15.4%로 상승해 아토피 피부염을 뒤늦게 앓는 성인 환자가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최지호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이 성인에 많이 나타나는 것은 소아 아토피가 재발하거나,피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성인 아토피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피부 건강의 나이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은 여드름과 아토피 피부염 외에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질환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피부과학회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전국 20개 대학병원 1만93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저승꽃'으로 불리는 노인질환 검버섯을 갖고 있는 20∼30대가 10년새 약 1.4배,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깊은 피부암은 3.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피부과학회 김광중 이사장은 "이제 피부질환이 특정 연령층에만 국한돼서 나타난다는 고정 관념은 버려야 한다"면서 "피부는 계절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므로 피부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이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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